"솔제니친과의 20년 결혼생활-천재 위한 희생과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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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재 미국 버몬트주 캐본디시에서 두 번째 부인 나타야 스베트로바, 3명의 자녀와 은둔의 삶을 살고있는 소련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72). 그에게는 그로부터 버림받고 모스크바에서 홀로 살고 있는 첫 번째 아내 나타야 레시토브스카야(70)가 있다.
소련 로스토브에서 발행되고 있는 월간 문학잡지 『돈』은 최근 레시토브스카야가 쓴 솔제니친과의 비참했던 결혼생활을 담은 회상록을 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나의 삶은 한 천재를 위한 희생이었고,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현재 모스크바 레닌 프로스펙트 거리의 솔제니친 기념박물관에서 1백여개가 넘는 솔제니친 사진이 벽에 장식된 방의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솔제니친의 책 더미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나타야가 솔제니친(「산야」라고 나타야는 불렀다)을 처음 만난 것은 1936년9월.
그가 22세때 로스토브 대학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된 직후였다. 그들은 곧 사랑에 빠졌고 40년 결혼했다.
41년 독일의 러시아 침공 후 솔제니친은 군대에 징집되었고, 이후 스탈린에 대한 비판 등으로 8년형을 받아 시베리아 노동캠프 등을 전전, 그 동안 나타야는 감옥 면회 등으로 헌신했다.
스탈린 사후인 53년 방면된 후 솔제니친은 잠시 다른 남자와 결혼해 살던 나타야와 다시 결혼했다.
그러나 70년 나타야의 도움으로 쓴 첫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노벨문학상을 탄 후 솔제니친은 다른 젊은 여자인 제2의 아내 나타야 스베트로바로 옮겨갔다.
소련과학아카데미 소속의 과학자인 새 여자로 인해 버림받은 나타야는 오늘도 자기중심적이고 냉혹했던 한 천재를 향한 수치심과 배반감속에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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