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그라드」냐… 「페테르스부르크」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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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 투표에선 55%가 옛이름에 찬성/“역사의 부정이다” 보수파선 개명반대
12일 소련 러시아공화국의 레닌그라드시민들은 대통령선거와 아울러 시이름을 예전의 페테르스부르크로 바꾸는 문제에 관해서도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약 55%의 유권자들이 「레닌그라드」를 버리고 옛 이름으로 돌아가자는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일종의 여론조사성격을 띠는 것으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시명변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급진파들은 렌소비예트(레닌그라드 의회)의 결의만으로도 개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산당계 의원등 보수파들은 러시아혁명의 아버지인 레닌을 기리기 위한 현재의 도시명을 바꾸는 것은 소련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개명을 반대하고 있다.
소련은 러시아혁명직후부터 과거의 도시명을 혁명영웅을 기리기위해 대대적으로 바꾸었고 고르바초프 집권이후에는 이를 다시 원래의 명칭으로 환원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고리키,칼리닌,비슈케크,스베르들로프스크 등의 도시이름이 레닌그라드와 마찬가지로 옛이름 환원대상에 올라있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수시로 이름을 바꾸다보니 이름이 서너번씩 바뀐 도시가 생겨났고 모스크바시같은 경우엔 몇몇 거리명을 다섯차례나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개명운동은 공산당지도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나 특정 정치인의 업적을 기리기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바로쓰기」 운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 개명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문인들은 현재 소련이 처해있는 시기는 5단계로 대별되는 러시아역사(키예프시대·타타시대·모스크바공국시대·표트르 대제시대·소비예트시대)의 한토막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이제 소련시대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러시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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