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다시 살아난 '엘리트 학생복' 그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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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학생복업체 에리트베이직은 종업원 지주회사다. 홍종순(52.사진) 대표와 80여 명의 임직원이 전체 지분의 85%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뿌리가 삼성그룹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이 1972년 설립한 제일합섬의 학생복 원단 사업부가 모태다. 제일합섬은 95년 삼성에서 분가해 97년 ㈜새한으로 이름을 바꿨으나 2000년 6월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그로부터 2년 뒤 홍 대표는 6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새한에서 분사해 에리트베이직을 세웠다.

"회사로부터 의류사업부를 맡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당시 주위에서 모두 말렸죠. 하지만 직원들과 퇴직금을 모아 자본금 8억원을 만들고, 잘못하면 다 망한다는 각오로 독립했습니다. 대리점주들도 뜻을 모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에리트베이직은 독립 4년여 만에 '학생복 빅3'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학생복 부문 매출은 568억원으로 분사 이듬해인 2003년(275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여기에 유니폼과 스포츠 의류 사업을 포함해 지난해 8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때 1%도 안 되던 이익률이 8%대로 높아져 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홍 대표는 "직원이 곧 주주이다보니 원단을 구매할 때 단돈 10원이라도 깎으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학생복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 에리트베이직은 SK네트웍스(스마트).대원(아이비클럽)과 함께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세 업체는 1위를 놓고 점유율 1~2% 포인트 차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에리트베이직이 분사 이후 급성장한 데는 '1318 세대'의 문화와 감성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 특히 디자인에 승부를 건 것이 효과를 봤다.

홍 대표는 "요즘 중.고생들은 교복이 예뻐서 그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단추나 호주머니 같은 디자인 차이를 한눈에 알아본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을 간파한 홍 대표는 분사 직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던 톱 디자이너 노승은씨와 정욱준씨를 영입해 디자인 감수를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어깨 패드(일명 '뽕')를 제거하고, 다리를 길어보이게 한 디자인이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소매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매직 소매'를 적용하고, 허리 사이즈를 5㎝까지 줄이거나 늘일 수 있게끔 함으로써 학부모 마음도 사로잡았다.

광고 모델 섭외에도 공을 들였다. '모델이 매출의 20%를 좌우한다'는 게 업계 정설인 만큼 홍 대표가 직접 연예기획사를 찾아 다녔다. 2003~2004년 가수 보아를 모델로 섭외해 큰 재미를 봤다. 2005년엔 당시 데뷔한 지 한 달도 안 된 남성 댄스그룹 'SS501'과 전속 계약을 했다. 이 그룹은 요즘 10대들로부터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분사 이후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홍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교복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학생 수가 갈수록 주는 추세여서 사업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을 시도해 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중국은 교복문화가 정착하지 않았을 뿐더러 관리 비용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어 진출하기엔 시기상조인 것으로 결론났다.

홍 사장은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학생복에서 선두권을 지키면서 종합 의류 업체로 변신해 간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종업원 지주회사이다보니 인사 유연성이 부족해 자꾸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한 측면도 있어서다. 그래서 2003년 출시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클라이브(Likliv)'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홍 대표는 "이젠 어느 정도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42개인 리클라이브 매장을 연내 60개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시작한 캐릭터(쁘아루아) 사업도 학생복 사업과 연계시켜 키워갈 생각이다. 에리트베이직은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홍 사장은 "종업원 지주회사로 임직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종합 패션 의류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안윤수 기자 <pin21@joongang.co.kr>

에리트 베이직

▶1972년 삼성, 의류 계열사 제일합섬 설립(학생복 원단 '엘리트' 생산)

▶1995년 제일합섬, 삼성에서 계열 분리

▶1996년 엘리트 학생복 출시

▶1997년 제일합섬에서 새한으로 사명 변경

▶2000년 새한 경영난으로 워크아웃

▶2002년 새한 의류사업부, 에리트베이직으로 분사

▶2005년 캐릭터 '쁘아루아' 사업 진출

◆이 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일보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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