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동포 처리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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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 동포 5천여명이 한국 국적 회복을 요구하면서 어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데 이어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요,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조국을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법적 신분이 대부분 불법 체류 외국인이라는 데 있다. 엊그제 법무부에 국적 회복 신청서를 낸 5천5백여명 가운데 합법 체류자는 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외국 국적을 가진 이들에게 한꺼번에 한국 국적을 부여할 경우 해당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로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동포들은 "1948년 남조선 과도정부 국적 법령이나 건국 헌법에서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위를 부여받았다"면서 "한국 국적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 불법 체류 상태를 이유로 국적 취득 신청을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한.중 수교 등 적절한 시기에 국적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은 이들의 집단행동이 오는 17일 시작될 불법 체류자에 대한 집중단속을 피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체류와 국적 회복은 별개일 뿐 아니라 재외동포로서 합법적으로 입국하면 2년간의 체류기간이 무한 갱신되는 특혜가 주어진다.

또 지난 9월 입법 예고된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중국 등으로의 이주 시기가 종전의 '정부 수립 이후'에서 '1922년 호적령 시행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 동포의 인정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현재처럼 단순 노무 종사를 못하게 제한한다면 체류기간 갱신 특혜 등은 이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중국 동포의 문제는 법과 동포애라는 두 측면이 있다. 우리의 법은 지켜 가면서 그들의 희생된 과거를 민족의 일원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자진 출국 뒤 재입국을 보장하는 방법 등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