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천헌금 수사/검찰 김 의원 사법처리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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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야 반발·정치파문 우려/내사단계서 “엉거주춤”/관련자소환 선거끝난뒤 할듯
광역의회 공천헌금에 대한 검찰수사가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내사대상자인 신민당 김봉호 사무총장이 12일 후보3명으로부터 특별당비 명목으로 2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고 나서 수사가 미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유기준의원 구속을 계기로 공천헌금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으나 검찰은 그동안 입수된 30여건의 정보를 토대로 3∼4명에 대해서만 내사수준의 사실확인작업만을 벌이고 있는 상태였다.
유의원 구속이후에도 검찰은 공천헌금에 대해 『혐의가 드러나면 엄단하겠다』는 입장만 강조했을뿐 실제로는 전국 각지에서 무성하게 떠도는 공천관련 잡음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려는 의지는 별로없어 보였다.
검찰주변에서는 김의원 이외에 신민당 서울지역 K의원과 전남지역의 K의원 등에 대한 비리포착 소문이 나돌았는데도 사실확인 차원을 맴돌뿐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는 정치자금이 그 속성상 의원개인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가 깊게 관여할 수 밖에 없어 함부로 「칼」을 휘두를 경우 예기치 않은 정치적 파문을 몰고 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심스러워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김의원이 공천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실토했기 때문에 이 돈의 법률적인 성격규명과 함께 수사를 통한 사법처리여부에 대해 검찰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안되는 다소 어색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건개 대검공안부장은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현지에서는 김의원의 공천관련비리 유인물이 나돌고 소문이 무성한 모양이나 돈을 주었다는 후보가 이를 부인하는데다 방증수집이 어려워 아직 내사수준』이라며 수사설을 부인하면서 앞서가는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공안부장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건이므로 잘못 손댔다가는 본전도 못찾는다』며 본격수사 시점에 대해서도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김의원이 금품수수를 시인한 마당에 과연 이돈이 김의원 말대로 순수한 특별당비인지 아니면 공천사례로 받은 정치자금 인지를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김의원이 받은 돈의 명목을 밝히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며 수사여부를 판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은 『전남 진도 제1선거구 오동민 후보의 경우 이미 공천자로 배정됐기 때문에 공천을 전제로 1억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씨의 자진 헌납』이라고 말해 공천관련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이에 대해 『물론 정당은 당비를 받을 수 있으므로 당비모금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액수·전달시기·제공자신분등 금품제공과 후보공천과의 인과관계가 성립하면 공천대가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금품전달시점의 사전·사후를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법에 어긋난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특별당비 또는 후원금·기탁금등 명목에 관계없이 공천과 인과관계가 있으면 후보자 스스로 주었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검찰은 김의원 주장말고는 결정적인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수사에 나서면 야당으로부터 『탄압』이라는 반발과 함께 결과적으로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검찰에 쏠릴 비난을 우려,선뜻 본격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
따라서 검찰은 김의원등 내사대상에 올라 있는 여야의원과 정당관계자들의 정치자금법위반혐의에 대한 사실확인만 해놓은뒤 선거가 끝난후 관계자들을 소환,수사하는 소극적인 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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