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환경공약」(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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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2월 일본은 로카쇼무라 핵폐기물시설 건설이 이슈가 된 아오모리(청삼)현지사 선거로 열도 전체가 떠들썩 했다.
이 지역에서의 핵관련시설 계획이 우리나라 안면도사태처럼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타이 이타이·미나마타병등 공해병으로 홍역을 치른 일본의 관심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의 이번 광역선거에서도 공해·환경문제가 곳곳에서 주요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3월의 기초의회 선거때까지만 해도 거론되는 경우가 드물었던 환경문제가 「페놀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타져나온 것이다.
충남 서산군 문산국교에서 9일 열린 서산2선거구 합동연설회의 경우 이상은후보(62·민주)는 『대산석유화학단지 건설로 피부병등 피해를 본 주민이 많다』며 『공해방지시설 설치에 주안점을 두겠다』고한데 이어 김방경 후보(50·민자)도 『공단공해물질 처리장을 설치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진1선거구 유세에서도 삽교호관광지개발에 따른 어장생태계의 파괴가 지적됐고 천안2선거구에서는 소음공해방지문제가 제기됐다.
이같은 「환경공약」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한결같이 환영을 받았다.
서산문산국교에 유세를 들으러 나온 김영수씨(35·공무원)는 『개발이다,건설이다 하며 절제없이 내놓은 선심성 공약에는 이미 식상했다』며 『환경문제공약이 신선하고 호소력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농어촌지역 유권자들도 환경문제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며 후보들의 이같은 지적들이 피부에 와닿는다고 입을 모았다.
거창한 개발을 늘어놓던 종래의 공약과는 사뭇 대조적인 「환경공약」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긍정적 반응은 우리사회의 시대적 요구의 변화를 실감케 해주는 것이다.
지방의회선거에서는 허황한 정치공방보다는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때 호소력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문제가 「정치이데올로기」가 돼 녹색당이나 환경보호당의 활동이 활발하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으리라는 느낌이다.<특별취재반=박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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