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바다이야기' 새우만 잡고 끝내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이다. '바다이야기'는 수많은 서민을 도박장과 파탄의 길로 몰아넣고 '도박 공화국'이란 말까지 낳은 사건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측근, 국회의원, 고위 관료 등이 관여된 것으로 드러나 권력형 비리란 의혹이 짙었다. 검찰총장이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정작 의혹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고 한다. 새우만 잡고 고래는 한 마리도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사건은 노 대통령의 조카가 도박기기 제조업체의 편법 상장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 후원단체인 노사모의 전 회장, 청와대 행정관,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이권이나 관련업체 인.허가 등에 관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바다이야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문화부가 무자격 업자들에게 상품권 발행을 허가한 배경 등도 의혹투성이였다. 그래서 시중에는 정.관계 실세들과 도박업체 등이 연결된 게이트란 의혹이 파다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핵심 인사들에게 면죄부만 준 셈이 됐다. 문화부의 상품권.게임 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들은 직무유기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됐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선 주변 계좌에 거액이 입금됐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이런 초라한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은 이 사건 초기에 "게이트 수준의 것은 없다""조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을 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과거에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몸통은 놔둔 채 깃털만 잡았다가 특검을 통해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검찰의 신뢰에 금이 갈까 걱정이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만이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를 풀어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