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유세장 후보자만 열변/광역 합동연설 첫날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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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진기자 의식 땅에 엎드려 큰절 두번/“암탉이 알낳아야 가계에 도움”여성후보 기염/현직 노조위원장 자사유니폼 입고 등단해 눈길
8일 오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북 군산,이리·,경북 구미·경주군,경남 고성군 등 5개지역에서 광역의회 후보들의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투표일을 10여일 남겨둔 탓인지 이날 각 유세장에는 해당지역 유권자수의 10%도 안되는 수백명 정도의 청중이 모였을뿐이고 후보들 자신도 대부분 자신이 내세운 공약사항을 설명하는등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유세현장의 이모저모를 종합해본다.<특별취재반>
○…전북 이리고등학교 교정에서 7백여명의 유권자가 모인 가운데 열린 이리시 제1선거구 합동연설회에서 첫번째 연사로 나선 신민당 최병옥 후보(51)는 『민자당이 지자제를 실시하고 싶어서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의회선거는 수서사건을,이번 광역선거는 강경대군 치사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맹공격.
최씨는 자신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사를 열거하고 지자제가 실시되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민자당에 터를 주는 것은 죽 쒀서 개주는 꼴』이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
최씨는 자신을 뽑아주면 용담댐을 서둘러 건설,이리는 물론 전북지역 생활용수를 완전해결하고 이리시를 전원도시로 가꾸겠다고 다짐.
두번째로 등단한 민자당의 김수곤 후보(51)는 자신이 이리 출신임을 강조하는 발언과 함께 지역일꾼을 선출하는데 옷색깔(정당)로 판달할 수 없다며 신민당의 최후보 발언내용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후보가 해야할 발언이라고 비난.
김씨는 13대 국회의원선거와 기초의원선거에서 이리시민들이 단합된 힘을 과시,가슴뿌듯한 긍지를 느끼기도 했으나 전북이 전남에 비해 편파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잃었던 전북인의 몫을 되찾기 위해선 도의원만이라도 여권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호소.
○달동네 재개발 공약
○…군산 중앙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군산시 제1선거구 합동연설회에서 3명의 후보자가 한 목소리로 동양화학 철거,대규모 쓰레기매립장 설치 반대를 외치고 자신들의 선거구가 고지대임을 감안,달동네 재개발을 너도나도 공약.
첫번째 연사로 등단한 민자당의 이원행 후보(48)는 『바람타야 당선되는 우연을 기대하지 않고 인물본위로 뽑아줄 것을 믿는다』며 인물론을 강조.
두번째로 올라온 신민당 채영수 후보(53)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산출신 교육 및 행정공무원을 불러모아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고 이색적인 공약을 내놓기도.
마지막 연사인 무소속의 정동진 후보(45)는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선명성을 내걸고 지지를 당부.
○…이리고등학교 교정에는 신문·방송사의 기자들이 대거 몰려 두사람밖에 출마하지 않은 지역임에도 몇안되는 첫유세장인 탓에 뉴스의 초점이 됐다.
후보들은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유권자들과 어울려 갖가지 포즈를 잡았는데 민자당의 김수곤 후보는 청중들에게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한다음 사진기자들을 의식,다시 하겠다며 큰절을 두번하기도.
유세장에는 신민당 이리 출신 이협의원과 익산의 김득수 의원,전주의 손주항 의원등이 시·군 의회의원들과 함께 나와 신민당 최병옥 후보를 격려.
○분위기잡기 안간힘
○…경주군 감포읍 감포리 감포국교 운동장에서 열린 경주군 1선거구 합동연설회는 3만1천여명의 유권자중 1백50여명의 유권자만 참석,썰렁한 가운데 진행.
선거운동원들이 연설이 시작되기전부터 학교운동장 입구에 늘어서 후보를 소개하는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유세분위기를 돋우기에 안간힘을 썼으나 참석자들이 적어 유세장은 맥빠진 분위기.
이때문에 유권자들도 학교주변 나무그늘에 10∼20여명씩 모여 유세장이 텅빈 가운데 후보자들만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등단한 신민당 장숙자 후보(51·여·전도사)는 『암닭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옛말이 있으나 암탉은 알을 낳아 가계에 도움을 주지않느냐』며 경주군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잇도록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
장후보는 최근 논란을 빚고있는 환경오염문제와 관련,경주 군민들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광역쓰레기 매립장을 마련하겠다고 공약.
이어 등단한 민자당 이해길 후보(55·농협장)는 감포항은 정부의 지원부족으로 지금까지 낙후되고 있다고 지적,지역발전을 위해 방파제를 확장하고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해 감포항의 수질을 보존하겠다고 공약.
이후보는 50년동안 이 지역에 살아 지역실정을 가장 잘알고 있다고 내세우기도.
○평온속 차분한 진행
○…2시 경북도내에서 처음 열린 광역의회 구미시 제1선거구 의원후보자 합동연설회는 시종 평온한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
오후 1시30분쯤부터 서서히 청중이 모이기 시작,연설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2천여명이 운집했는데,구미시 선관위측은 지난번 기초의회 의원후보자 합동연설회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라고 설명.
○…이날 연설에 나선 문대식(민자)·정동식(민중)·백천봉(무)씨 등 세후보는 연설회 시작전부터 서로 인사를 나누는등 화기애애한 표정들이었고 연설도중에도 상대후보 비방을 애써 자제하는 흔적이 역력히 보여 매우 참신한 분위기.
특히 문후보와 정후보는 연설회가 열린 구미국교 선후배사이로 문후보(29회)가 정후보(52회)의 23년 선배.
○전씨 형제 빗대공격
○…이날 연설회중 유일한 상대후보 비방대목은 백후보가 문후보에게 한 한마디가 될듯.
백후보는 문대식 후보의 실제인 문창식씨가 구미시 의회의장인 것을 놓고 전두환씨와 전경환씨의 전횡에 빗대 『형제간에 다해먹으려 한다』고 공격.
이어 등단한 문후보는 자신도 그점을 고려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려 했으나 주위의 권유에 못이겨 나왔다고 애써 변명.
○…구미시 제1선거구 1차합동연설회에 나선 세후보는 20분으로 제한된 연설시간을 비교적 잘지킨 편.
처음 연설에 나선 정후보는 20분 제한시간을 모두 쓴데 비해 백후보와 문후보는 각각 19분,11분만 소비.
○…이날 연설에 나선 세후보중 현직 노조위원장인 백천봉 후보는 현장근로자 출신답게 (주)코오롱유니폼을 입고 등단,눈길을 끌기도.
한편 백후보의 선거운동원과 청중들중에도 수십명이 코오롱유니폼을 입고 있어 이채를 띠었다.
○딸과 찍은 사진뿌려
○…운동권 출신 정동식 후보는 자신의 딸을 지그시 바라보는 사진을 전단으로 뿌려 이채.
『진달래(딸이름)야,돈과 권력이 판치는 썩은 세상을 너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구호가 함께 실린 이 사진전단은 주부유권자들을 겨냥한듯.
○…경남 도내에서 청중 3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처음열린 고성군 제1선거구 유세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시조시인 김태근 후보(50)는 유세도중 자작시조 2편을 낭송.
김후보는 유세중간쯤 75년 『시문학』에 발표한 「근황」이라는 시를 통해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대변한뒤 유세종료 직전에는 충무공의 백의종군 정신을 흠모하는 내용을 담은 시조 「충무공찬가」를 낭송한뒤 시인의 양심과 도덕성 회복을 위해 출마했다고 피력.
○…고성 제1선거구의 민자당 공천자인 하정만 후보(57)는 『58년 25세때 고성면 의원에 당선하고도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려 뜻을 펴지 못한 한을 풀기위해 출마한 것』이라고 밝히고 『새로운 봉사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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