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대책처방 여따로 야따로/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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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대생들의 정원식 총리서리 폭행사건을 다룬 7일의 국회 교육체육청소년위원회는 학원문제를 보는 우리사회의 뚜렷한 두 흐름의 시각차를 그대로 반영했다.
7시간 가까운 질의응답과 토론에서 의원들은 사태의 중요도를 인식한 듯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긴 했으나 학원문제의 본질·전체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해명하는데는 실패했다.
여야가 모두 학생들의 폭력성을 옹호하거나 두둔하지 않은 점에선 일치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문제된 학생들의 「패륜성」「반인륜성」에 대해 한탄했다.
시각차는 사건의 원인 진단과 처방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재욱 정동성 함종한 의원 등 주로 여당의원들은 『외대생 폭력사건은 뚜렷한 자기 확신을 가진 집단이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벌이는 일련의 선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소위 배후조직론이다.
「옥중투쟁 전술지침」(자민통 교과서)「간첩가족과 자매결연」「한국유엔가입 저지투쟁」(전대협 91년 사업계획) 등의 예를 들기도 했다.
이들은 전교조도 똑같은 체제전복조직이고(함종한 의원) 「인기에 영합하는 교수들」을 비난하고,교육부에 섣부른 자율화조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철 박석무 최훈 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그동안의 수세분위기에서 벗어나 무자비한 학원탄압과 민주세력에 대한 검거선풍을 벌인다』고 「공안통치론」을 폈다.
의원들은 『정부가 진정 공권력의 권위를 회복시키려면 경찰력과 공안기관의 물리적 행사를 능사로 하지 말고 정권의 도덕성과 민주적 개혁의지를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배후조직론」을 펴는 여당의원들은 대학생 강경대군의 죽음을 몰고온 정부의 책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배후조직」이 마치 우리의 정치사회상황과는 관계없이 갑자기 돌출한 지하조직이라도 되는 듯이 주장했다.
반면 「공안통치론」을 펴는 야당의원들은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학생운동권의 무투론(무장투쟁론),「수령주의」,무정부주의적인 권위부정에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화살의 방향을 공권력에만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 두가지 시각을 통일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전체를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야는 서로 다른 표적을 겨냥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표적에만 사격만 가하는 것이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논점부적중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여야가 문제 그 자체에 접근하는 노력을 벌이지 않은 탓에 오늘날 정치권이 모두에 불신받고 권외로 떼밀려 났다는 점을 여야는 잊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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