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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민, K-리그 돌풍 감독에 '유학' 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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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들을 보면서 선진 축구의 흐름을 읽어 낼 생각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운영과 선수 육성, 마케팅 활동 등도 꼼꼼히 체크하겠습니다."

인천 시민의 구단인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장외룡(48.사진) 감독이 25일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지난 연말 인천구단은 장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하면서 국내 구단 가운데 최초로 감독의 1년간 해외 연수를 약속했다. 인천 시민의 돈으로 시민의 구단 감독이 유학길에 오르는 것이다.

열악한 형편의 시민구단을 이끌고 2005년 K-리그 준우승, 2006년 FA컵 4강의 성적을 거둔 장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산 것이다. 4만7000명의 인천 시민이 주주로 참여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5억 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해 프로 구단의 새로운 운영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 감독은 런던 시내 하숙촌에 숙소를 정했다. 일부러 한국인들이 없는 곳을 골랐고, 직접 밥을 해먹으면서 3개월 동안 죽어라 영어공부에 매달릴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 현지 학원에 가서 두 차례 수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장 감독은 "제일 밑바닥 반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하더라"며 크게 웃었다.

어느 정도 말문이 트이면 구단 하나를 정해 연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타진하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구단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일단 이영표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 유소년을 모집해 축구캠프를 열 예정인 토트넘에서 코칭스태프로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성중.고와 연세대를 거쳐 대우 로얄즈에서 수비수로 뛴 그는 잠깐 국가대표를 했지만 화려한 스타는 아니었다. 은퇴한 뒤 일본에서 지도자 공부를 했고, 일본 지도자 최고 등급인 S라이센스를 받았다.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당시 수석코치를 맡았던 그는 2005년 감독을 맡았고, 그해 우승을 못했지만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장 감독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 멤버가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분석가들이 모인 곳이 FIFA의 TSG다.

"10년 정도 열심히 공부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축구의 선진화를 위해서입니다."

장 감독은 영국에 머무는 동안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 통신원으로 유럽 축구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도 맡는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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