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시키(四界)의 대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아사리 게이타는 1986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다나카 이치로의 무대미술, 로린 마젤의 지휘로 '나비부인'을 상연한 바 있다.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씨가 스즈키 역을 맡았던 86년 프로덕션은 DVD로도 출시됐다.
올해 21년 만에 새 프로덕션으로 선보이는'나비부인'은 연출, 무대 디자인은 물론 의상(모리 하나에), 조명(요시 수미오), 안무(간자키 히데유)까지 일본인이 맡았다. 주역 가수 중에는 스즈키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후지무라 미호코가 유일한 일본인이다.
라 스칼라 극장 측은 "'나비부인'은 최근 20년간 가장 세련되고 성공적인 오페라 가운데 하나"라며 "연주 일정이 바쁜 정씨에게 특별히 좋은 작품이니 지휘해 보라고 권유해 출연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와 일본 최고의 연출가의 첫 만남이자 한.중.일 합작이라 할 만하다. 주인공 초초상 역에는 중국 상하이 출신의 소프라노 허휘가 출연한다.
세계 초연 10년 만인 1914년 일본 도쿄에서 상연된 '나비부인'은 그동안 연극 버전, 분라쿠(文樂.인형극) 버전, 가부키(歌舞伎)버전, 노(能.가무극)버전 등 다양한 연출로 상연돼 왔다.
라 스칼라 극장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을 거친 정씨에게'음악적 고향'이나 다름없다. 스승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지휘자로 데뷔한 곳이기 때문이다. 줄리니는 토스카니니의 추천으로 1953~56년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정씨가 즐겨 연주하는 베르디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베르디의 '오텔로''나부코''팔슈타프''에르나니''시몬 보카네그라' 등이 초연된 곳이다.
정씨는 22일 일본 슈베르트하우스에서 아마추어 비올리스트인 나루히토(德人.47) 왕세자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실내악 연주회를 연다. 2002년 정씨가 도쿄에서 한.일 합작'나비부인'을 지휘할 때 나루히토 왕세자도 관람한 바 있다. 또 11월 일본에서 오페라'마술피리'를 지휘하고 내년 9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서울 공연도 지휘할 예정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