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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자 대 잇는 여고 최강|불J오픈 탁구 4관 왕 김분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양영자의 대를 이을 수 있을 것인가.
1m69cm의 큰 키, 지칠 줄 모르고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가공할 파괴력의 드라이브, 송구점의 예측을 불허케 하는 변화무쌍한 스카이서브.
거기에 예리한 백 스매싱까지 갖춘 여고최강 김분식(17·근화여고3년)의 올 라운드 플레이는 대형스타 양영자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차세대 한국여자탁구의대들보로 꼽히는 김분식이 지난해6월 영국주니어오픈대회 3관 왕 (단체, 단·복식)에 이어 지난2일 끝난 프랑스주니어오픈대회에선 개인 단·복식과 혼합복식·단체전등 4개 전 종목을 싹쓸이, 한국여자탁구의 앞날에 보랏빛 희망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경주 계림국교 4년 때 처음 라켓을 쥔 김분식은 근화여중 2년 때인 87년 종별선수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고1때인 89년11월엔 청소년대표선발전에서 23전승의 대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엔 체육부장관기 등 3개 대회를 석권해 여고무대를 평정했다.
오른손 펜 홀드 드라이브전형의 김은 양영자처럼 묵직한 파워드라이브가 주무기.
테이블에서 1m가량 떨어지는 중진형으로 큰 키와 힘을 이용, 무게 실린 드라이브를 구사한다.
또 3m이상 띄운 볼의 높낮이에 따라 회전계수와 송구점의 강·단이 달라지는 스카이서브는 그 자체만으로도 득점력이 높아 서브 부재에 시달려온 여자탁구의 고민을 한 꺼풀 벗겨놓기도 했다.
근화여중 때부터 6년간 김을 지도해온 노연호 코치는 이런 기술적인 면보다「이기려는 강한 집념과 배우려는 자세」에서 김에게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더 고무적인 사실은 김분식이 바로 80년대 한국여자탁구를 이끌어온 양영자·현정화 등과 같이 중학시절부터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 경험을 축적해왔다는 것이다.
양영자와 다른 점은 양이 섬세하고 차분한 격이라면 김은 4세 때 튀김기름에 데어 얼룩진 오른팔 화상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반팔 유니폼으로 마구 파워드라이브를 퍼붓는 활달한 성격.
「소희」라는 집에서의 이름과「비비안나」라는 예쁜 세례명, 집안 항렬인「식」자 돌림에 맞춰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분식」을 재미있게 나열하는 김은 한마디로 시원하고 화끈한 성격으로 두둑한 배짱 또한 큰 자산이 되고있다.
그러나 그립상의 결점과 양 핸드, 이질러버 선수에 대한 적응력, 드라이브전형을 뒷받침해줄 지구력, 백 핸드 쪽의 볼 처리 등에 약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여고탁구 최대어인 김분식에 대해 각 실업팀들이 뜨거운 스카우트 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제일모직으로 거의 확정된 상태다. 스카우트조건은 6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액수는 현정화(7천만원) 다음가는 스카우트 비.
김은 경주에서 상업을 하는 김태백(48)씨의 1남2녀 중 장녀.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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