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만평 서산간척지 주말농장 변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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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영농단지인 서산간척지가 3백평씩 '조각 땅'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올해 농지법(農地法)이 바뀌면서 3백평 이하 농지의 경우 농민이 아니어도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2년 전 현대건설로부터 논을 불하받은 농민들이 주말농장용으로 도시민들에게 이를 쪼개서 되팔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의 논 매각은 영농조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영농조합은 농민들의 논을 대신 판매해 주고 도시민 등의 위탁을 받아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처음 설립된 서해안영농조합이 조합원들의 논 1백20여만평을 석달 만에 모두 분양하자 서해안그린영농조합.서산간척지영농조합 등이 잇따라 만들어져 13일 현재 수도권 주민 등 외지인 6천여명에게 논 1백80여만평을 판매했다. 13일엔 현대서해영농조합이 새로 설립되기도 했다.

서산 간척지 논을 실제 분양하는 업무는 영농조합과 연결된 전문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이 맡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은 광고 등을 통해 "인근 간월도가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된다"거나 "철새 기행전이 열려 자녀들 심성교육에 좋다"며 도시민들에게 논 매입을 권유한다.

평당 2만5천원선에 불하된 논들의 현재 분양가는 4만~4만3천원에 이르지만, 실제 논을 판 농민들은 기껏해야 평당 2천~3천원의 웃돈만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차액은 조합과 컨설팅업체가 매각 비용 등의 명목으로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만평의 자기 소유 농지를 영농조합을 통해 팔려고 내놓은 농민 李모(49.서산시 인지면)씨는 "계약금 1억원을 지급하고 구입했지만 채산성이 떨어져 원금 납부는 고사하고 이자 내기도 벅찬 실정"이라며 "새 주인에게 연간 1백20kg의 쌀과 농사체험용 텃밭 5평을 제공하면서 농사는 내가 계속 짓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3천여만평 규모의 서산간척지를 조성한 현대건설은 자금난으로 2001년 9백40만평을 일반 농민들에게 분양했으며, 다음달에는 남은 2천1백만평 중 1천4백만평을 간척지 개발로 피해를 본 어민들에게 분양할 예정이다.

이 땅에도 대도시 부동산업자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의 모 부동산 컨설팅회사는 이미 평당 1천원씩 더 주고 사겠다는 안내장을 어민들에게 보내고 있다.

평당 평균 2만원에 1인당 1천5백평씩 분양되는 논을 미리 확보해 도시민 등에게 되팔려는 것이다.

서산=조한필 기자

<사진설명전문>
서산간척지가 도시민들의 주말농장용으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영농조합이 도시민들의 위탁을 받아 농사를 대신 지어준다. 사진은 대형콤바인을 이용해 벼 수확이 한창인 서산A간척지.[서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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