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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편집·보도국장 오찬 발언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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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신문·방송·통신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3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4년 연임제 개헌안의 취지를 설명했으며 질문 답변이 이어졌다. 테이블 오른쪽의 박보균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서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맞은편 중앙에 노 대통령이 앉아 있다.[사진=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청와대 오찬 간담회를 했다. 대연정을 제안했던 2005년 7월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낮 12시부터 1시간4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 내내 노 대통령은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시기와 관련해 "대개 2월 중순쯤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개헌 정국을 가지고 여론이 반전될 때를 기다리며 자꾸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설명하며 "동네 떠돌아 다니는 그런 카드와는 다르지 않은가" "말년에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으면 얼마나 잡겠느냐"는 등의 표현도 동원했다.

특히 민주화 세력이 무능하지 않다면서 "지금 경제 파탄, 민생 파탄 얘기하는데 경제 잘한다는 (대선) 후보자들이 과연 (경제성장률) 몇% 공약을 내는지 한번 볼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필리핀 세부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만찬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선 "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몸살기가 있었다"며 "출국 전날 e지원시스템(청와대 인터넷 시스템) 개량 문제 때문에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해 힘이 들었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요지.

◆"반대해도 발의한다"=왜 개헌이 필요 없고, 정략적인지에 대해 납득할 만큼 설명이 되면 여러 가지를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설득되기 전에는 권한을 행사하겠다. 이거 가지고 지루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대가 뻔하므로 발의를 안 한다면 국회에 법안 제출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바깥에서 정당이 반대하다가도 국회 의안이 발의되면 그때부터 의무적으로 토론해야 된다. 그것이 법적 의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발의하면 토론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후 국회에서 부결하면 이 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정당과 당의 (대선) 후보들 모두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의 정략이 그거냐, 두고두고 그것 가지고 공격하려는 정략이냐. 그건 그 사람들의 선택이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 정략일 수가 없다.

◆"대선 중립 선언 안 해"=하루하루의 국정이 전부 대선용으로 보도되고, 있지도 않은 (남북)정상회담 계획까지 나와 전부 대선용으로 가고 있고, 심지어 개헌까지 대선용으로 돼 있는 마당에 제가 (개헌을 조건으로 대선 중립 선언을) 하면 무슨 소용 있겠나. 공식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선거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게 법인데 제가 선언을 해야 하나. 선언하면 그 다음 날부터 식언(거짓말)으로 계속 몰릴 텐데 선언 안 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상회담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전에 여러 차례 부인했다.

◆"말년에 (정국) 주도권 잡으면 얼마나 잡나"=이번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이 작업에 실패하면 다음에는 개헌이 성립될 수 없다. 후보들이 백번 공약해도 소용없다. 저도 공약하지 않았나.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자는 것이지, 말년에 주도권 잡으면 얼마나 잡고, 놓으면 얼마나 놓겠나. 주도권이라는 것이 개헌 통과됐다고, 안 됐다고 결정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이 주도권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어줍지 않은 것 해도 상대방 반응이 형편없는 악수를 두면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오는 것이고, 내가 좋은 수를 둬도 더 좋은 수를 상대방이 둬 버리면 절대로 내가 주도권을 못 잡는 것이다.

◆"여론은 항상 변한다"=제가 1980년대에 재야 운동을 하고 다녔는데 여론은 제 편에 있지 않았다. 몇 달 뒤에 4.13 호헌조치 나오고 하는데 그때 표면상의 여론은 '너희들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좀 조용히 살자'였다. 그리고 90년 3당 합당 때 저는 여론을 거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뒤에 여론이 바뀌더라. 여론이라는 것은 상황 따라 변한다. 책임 있는 사람은 멀리 내다보면서 가지만 여론은 그렇게 멀리 보지 않는다. 여론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미루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여론은 항상 변했다.

다음에 (대선) 후보들이 개헌하겠다고 공약할 거다. 임기 1년 단축이나 몇 년 몇 월에 발의하겠다까지 얘기해야 되지 않겠나. 해 놓고 뒷감당 할 수 있겠나. 대통령이 되면 임기 문제를 가지고 이해관계 셈을 해야 되는데 논의가 되겠나. 다 부도내는 거다. 뻔하게 보이는데 그런 공약하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다. 공격해야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5년 내내 스트레스"=대통령은 5년 내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없는 거 없다. 스트레스라고 하면 스트레스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보람이라고 생각하면 보람일 수 있다. 되지 않는 일이라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추진하고, 또 거기에서 작은 디딤돌 하나라도 놓게 되고, 그런 것이 사는 가치 아니겠나. 그래서 스트레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그렇다.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문제는 제가 더 무슨 얘기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글=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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