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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개헌 '반전 드라마' 노리는 노대통령 집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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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의지는 단단해 보였다. 개헌에 부정적인 여론 흐름에 대해 노 대통령은 "여론은 항상 변하는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헌법을 바꾸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을 놓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은 빠져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외면하고 있다. 여론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17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집념은 여러 형태로 퍼져나갔다. 어떤 대목에선 반전의 드라마를 예고하려는 듯했다. "정치는 대의명분으로 하는 것이다. 개헌은 정략이 아니다"라는 말에선 톤이 높아졌다. 그는 1987년 4.13 호헌조치, 90년 3당 합당 때를 들면서 "전달되는 사실이 달라지니까, 숨겨졌던 사실이 터져 나오면 여론이라는 것은 바뀌더라"고 주장했다. "여론의 반전, 반전을 거듭하면서 저는 정치인생을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투지를 과시했다.

노 대통령 발언의 공략 대상은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맞춰져 있었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 후보의 이름을 들지는 않았지만 "(개헌안을 국회에서 부결하면) 두고 두고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정치는 멀리 보고 해야 한다. 반대한 사람들의 입지가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는 '원포인트 개헌'은 다음 정권에선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다음 대통령 때 하면 이념적 문제가 끼어들고, 대통령제냐 내각제냐로 첨예하게 싸우고, 임기 갖고 이해관계 셈을 해야 하는데 뒷감당이 안 되고 (개헌 약속)부도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헌이 안 됐을 경우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책임을 물어 갈 것이다. 다음 정권 5년 내 헌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그때까지 저는 계속해서 개헌에 반대한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노 대통령다운 경고 메시지다. 퇴임 후에도 개헌 문제를 발판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개헌 반대론자들에 대한 정치적 스토킹을 예고한 것"이라는 냉소 섞인 반응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잠시 꺼냈을 때도 야당 주자들을 겨냥했다. "지금 뭐 경제 파탄, 민생 파탄 얘기하는데 경제 잘한다는 (대선)후보들이 과연 몇% 성장 공약을 내는지 한번 볼 생각이다. 그 공약과 참여정부의 2003년 타율적 조건 속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률과 비교할 것이다. (나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시절에 노 대통령은 '탁월한 싸움꾼'이란 얘기를 들었다. 이제는 노련미가 가미돼 있다. 한나라당은 묵살과 냉담으로 응수하고 있다.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시점을 2월 중순에서 3월 초로 예고했다. 정치 소용돌이는 거세질 것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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