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세례… 발길질… 「인질」취급/정 총리서리 폭행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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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확성기로 “쫓아내자”방송/피신하자 멱살잡고 끌어내/“때리지 말라”일부학생 말려/백50m 끌려가다 기자가 택시잡아 공관으로
노교수로 캠퍼스에 돌아온 총리의 「마지막 강의」는 난폭한 불량배로 돌변한 학생들에 의해 무수한 폭언과 계란세례·주먹질·발길질로 얼룩졌다.
◇강의중단=오후 6시30분 정각 대학원건물 418호실에서 정원식 총리서리가 강의를 시작한뒤 10분쯤 지나 총학생회장 정원택군(23·경제 4)등 학생회 간부 10여명이 정문앞에 모여 철제교문을 잠그고 대학원건물로 몰려들기 시작,강의실앞에서 『참교육 죽인 ×이 귀정이를 또 죽였다』『전교조 탄압한 정원식은 사퇴하라』는등의 구호를 외쳤고 오후 7시쯤 학생들은 40여명으로 불어났다.
총학생회측은 7시10분쯤 노천극장앞 확성기를 통해 『전교조 탄압한 정원식이 학교에 왔다. 이는 외대의 수치인만큼 학생들이 모여 쫓아내야한다』고 방송,이를 듣고 학생 3백여명이 운동장·교문 등으로 몰려들었다.
7시15분쯤 구호·노랫소리가 계속되자 정총리는 『더이상 수업을 못하겠다. 이제 마지막 수업을 마치겠다』며 강의를 중단했고 이어 대학원생 3명이 꽃다발·모시잠옷을 선물했다.
◇계란세례=강의 중단과 함께 강의실 뒷문을 통해 뛰어들어온 학생 1명이 계란 2개를 던져 1개는 칠판에 맞고 다른 1개는 정총리의 왼쪽 허리에 맞았다.
정총리는 곧바로 경호원 4명의 호위를 받으며 강의실 뒷문을 나와 왼쪽 복도끝 비상구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학생들은 먼저 비상구문을 잠그고 정총리 일행을 복도 구석으로 밀어붙였다.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학생들은 계란 40여개를 정총리에게 던져 머리부터 양복저고리까지 계란범벅으로 만든뒤 주먹·발로 정총리를 구타했다.
◇피신=7시20분쯤 정총리는 400호 강의실로 피신했으나 학생들은 창문을 넘고 출입문을 부순뒤 강의실로 몰려들어가 정총리의 멱살을 잡고 끌어냈다.
복도로 끌려나온 정총리일행은 또다시 계란세례를 받았고 일부 학생들은 비닐봉지에 든 밀가루를 정총리에게 던졌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과 학생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경호원 1명의 이가 부러졌고 학생들도 다쳤다.
◇운동장 폭행=학생들이 정총리의 팔·뒷덜미를 잡고 4층에서 건물입구까지 끌고오자 대학원 건물앞에 있던 학생 3백여명은 『정원식 몰아내고 노정권 박살내자』『살인마』등의 구호를 외쳤다.
7시50분쯤 밀가루·계란을 온통 뒤집어쓴 정총리는 넥타이가 반쯤 풀어지고 상의가 거의 벗겨진채 대학원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까지 1백50m를 학생들에 의해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도 학생 1명이 책가방으로 정총리의 머리를 때렸다.
교문앞에서 풀려난 정총리는 휘경역쪽으로 30m쯤 뜀박질해가 취재기자가 잡아준 서울 3하5310호 택시를 타고 총리공관으로 향했다.
◇마지막 강의=정총리가 외대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 정각. 정부종합청사를 나선 정총리는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탄뒤 종로3가역에서 1호선으로 바꿔타고 휘경역에서 내려 외대까지 걸어갔다.
정총리는 3월부터 외대교육대학원생 60여명을 대상으로 「학생생활지도의 원리와 실제」특강을 맞아 매주 월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강의를 해왔으나 총리취임에 따라 이날이 마지막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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