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있는 곳에 승진 … 연공·학벌 안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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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출신 대학과 연공서열은 중요하지 않다. 전문성을 갖고 성과를 내라. 그러면 고졸자도 임원이 될 수 있다.' 17일 공개된 삼성 임원 인사 기조는 이렇게 요약된다.

우선 학연부터 보자. 전체 승진자(472명)의 셋 중 하나(32%,152명)는 지방대 출신이다. 고졸 학력으로 입사해 임원(상무보)이 된 사람도 넷이다. 삼성은 학벌이 드러나길 당사자들이 꺼린다는 이유로 이들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 입사 후 공부해 학사 학위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원칙을 더욱 중시해 거의 매년 고졸 출신 임원을 탄생시켰다.

올해 임원 승진자 중 66명은 박사, 119명은 석사학위 소지자로 전체의 39%가 석사 이상이었다. 삼성은 보도자료에서 "지식경영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인력 구조를 갖추려고 전문성을 지닌 실력자들에 중책을 맡겼다"고 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 그룹은 전체 임원 1625명 가운데 37.5%인 610명이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로 채워졌다. 임원의 고학력화 현상은 연구개발 및 기술직이 주도했다. 대부분 석사 이상인 연구개발.기술직은 임원 인사에서 전체 승진자의 44%인 206명을 차지했다. 삼성 측은 "신기술.수종(樹種) 사업을 발굴하고 창조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려고 연구개발.기술직을 지속적으로 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승진 임원 452명 중 199명(44%)이, 2005년엔 455명 중 186명(41%)이 연구개발 또는 기술직이었다.

영업.마케팅 부문도 128명(27%)이 대거 승진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하기 위해 영업.마케팅 역량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부사장 승진자 30명 중에서도 연구 기술직이 12명, 영업.마케팅직이 8명으로 이 두 분야가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신제품 개발(연구.기술)과 시장개척 및 판매(영업.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삼성은 역대 최대 규모인 30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대해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일부 30대 부장을 임원(상무보)에 발탁해 연공서열 파괴와 성과주의 원칙을 아울러 보여줬다. 보르도 TV를 디자인해 올 초 '자랑스런 삼성인 상'을 받은 강윤제(38) 삼성전자 상무보, 세계 처음 두께 6.9㎜의 초슬림형 200만 화소 카메라 폰을 개발한 노태문(38) 삼성전자 상무보,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고객 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재용(39) 삼성카드 상무보 등이 30대 임원이 됐다. 또 세계 최초로 40나노미터(nm) 기술을 적용해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최정달 삼성전자 상무보가 상무로 승진하는 등 올 초 '자랑스런 삼성인 상' 수상자 중 임원 및 부장급 전원이 승진했다.

여성으로는 최인아 제일기획 상무가 전무로(별도 기사 참조), 이인재 삼성카드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정보기획팀장인 이 상무보는 고객.상품 등 각종 경영정보의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경영 효율화에 이바지했다.

권혁주.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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