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제 도입 전에 …" 청약시장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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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잇따른 주택 수요 억제책으로 기존 주택시장은 주춤한 반면 아파트 분양시장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9월부터 청약가점제를 도입키로 하자 청약자격이 불리해질 것으로 보이는 주택 수요자들이 대거 청약한 데다,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재개발단지인 종암래미안2차(25~43평형 305가구 모집) 청약 결과 서울 1순위에서 평균 26.2대 1로 조기 마감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종로.동대문.중구 등 강북지역에 분양된 같은 재개발단지가 보인 경쟁률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무주택 기간이 짧은 무주택자들의 청약이 많았다. 무주택 우선 공급 혜택이 있는 무주택 5년 이상.35세 이상인 1순위 경쟁률도 19대 1에 달했다. 청약가점제에서는 무주택 10년 이상, 45세 이상은 돼야 유리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삼성 유용국 분양소장은 "청약가점제와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행되면 무주택 기간, 나이 등에서 손해 볼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자들이 많이 몰렸다"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시 흥덕지구 경남기업 단지(43, 58평형 913가구)의 경우 1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평형에 따라 최고 265대 1, 전체 평균 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흥덕지구의 경기지방공사(32평형 502가구)와 용인지방공사 단지(34평형 486가구)도 12일 1순위에서 무주택 기간이 5년 이상이고 청약저축을 5년 이상 납입한 청약자에서 마감됐다.

흥덕지구 분양가는 택지비와 일정한 건축비 이하로 가격을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낮았다. 종암래미안2차 가격도 상한제와 상관 없지만 재개발조합 측이 시세보다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책정해 10% 정도 쌌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뿐 아니라 집이 있는 1주택자들도 많이 신청했다. 종암래미안2차 43평형의 경쟁률은 이제까지 강북지역 40평대 경쟁률의 두 배가 넘는 6.2대 1이었다. 저렴한 새 아파트로 평형을 넓혀 집을 옮기려는 갈아타기 수요들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수요자들이 지난해 급등해 비싼 기존 주택 대신 상대적으로 싼 새 아파트로 내 집 마련 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 열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업체들이 이윤이 줄어들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고 분양가도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한제 확대 전이라도 정부.지자체 등의 분양가 인하 압력으로 업체들이 가격을 높게 매기기 어렵다. 이달 말부터 의왕 청계지구, 용인 구성지구 등 택지지구와 서대문구 가재울 등 서울 뉴타운에서 분양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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