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폭력 근절” 목소리 격앙/정 총리 집단폭행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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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런일 재발 없도록 엄벌”/노 대통령/“느슨한 공권력 행사도 잘못” 문책시사/“강성인상 벗으려다 봉변” 재야 냉소적
정원식 총리서리에 대한 외국어대생들의 패륜적인 집단폭행은 온 사회에 경악과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또 한편으론 정치권의 자성의 계기도 되고있다.
3일 밤 집단폭행사건이 난후 정부는 심야대책회의를 열어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무분별한 극렬학생운동을 강력하게 단속키로 했고 각계에서도 개탄의 소리가 크게 울려 이 사건은 앞으로의 학생운동 방향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저녁 정총리서리 폭행사건을 보고받고 관련자 엄중처단 및 폭력근절대책수립을 지시한 바 있는 노태우 대통령은 4일 윤형섭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정부대책을 보고받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철저를 기하라』고 단호히 지시.
이날 오전 9시 국립묘지·경찰병원 방문에 앞서 보고를 받은 노대통령은 학생들의 못된 행태도 문제지만 느슨한 공권력의 자세도 그 못지 않다며 관계자들을 질책.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방약무도한 패륜행위야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공직자들의 적당주의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공직자들에 대한 조치도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
○…노태우 대통령은 3일 저녁 외국어대학생들의 정원식 국무총리서리 폭행사건과 관련해 윤형섭 교육부장관 등 관계자들에게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이같은 못된 소행을 저지른 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리라』며 『학원 폭력추방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강한 어조로 지시.
노대통령은 이날 TV를 통해 정총리서리의 폭행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고 윤장관에게 직접 전화.
노대통령은 『학생들이 스승에게 형언할 수 없는 행패를 자행한 일이 어떻게 대학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고 개탄.
이에 따라 밤 10시30분쯤 정해창 비서실장의 주재로 삼청동 안가에서 이상연 내무·김기춘 법무·최창윤 공보처장관과 청와대 손주환 정무수석·노건일 행정수석·총리실 강용식 비서실장·심대평 행정조정실장과 안기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심야대책회의를 소집.
이 자리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학원대응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부처별 대책방향을 논의.
대책회의에서는 치외법권처럼 돼있는 학원폭력사태에 대해 근본적 수술을 단행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대책후 정부대변인인 최창윤 공보처장관은 『계획적인 패륜행위에 대해 배후와 가담자를 철저히 색출,엄벌할 것이며 재발을 막기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는 성명을 발표. 이날 성명은 『반도덕 폭력행위』『패륜행위』『어처구니 없는 난폭한 행위』 등 학생들 행위에 강경표현으로 비난.
○…한편 김대중 신민당 총재부인 이희오 여사가 3일 저녁 10시쯤 정총리부인 임학영여사에게 위로전화를 했으며,김대중 총재와 민자당의 김영삼·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과 박준규 국회의장·김덕주 대법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4일 오전 정총리서리에게 위로의 전화를 했다.
한편 총리실에는 분노와 위로의 시민전화가 쇄도한다고.
○…교육부는 3일 밤 이 사건발생을 연락받고 오후 10시부터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뒤 밤을 새워 대책을 마련,4일 오전 9시30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
윤형섭 장관은 오후 9시30분쯤 방한중인 케네스 클라크 영국 교육과학부장관과 만찬중 연락을 받고 황급히 정부청사로 돌아와 개요를 보고받고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윤장관은 조규향 차관·모영기 대학정책실장·조선제 대학학사심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에서 『인륜을 짓밟은 패륜행위』라며 격앙된 어조로 진상조사 및 관련학생 처벌을 지시했다.
윤장관이 밤 10시15분쯤 관계기관 대책회의 참석을 위해 총리공관으로 가자 조차관 주재로 간부회의가 계속 됐으며 10시30분쯤 교육부의 호출을 받은 이강혁 외대총장이 교육부에 도착,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총장은 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저희 학교에서 일어난 점을 정총리등에게 사과드립니다』며 『대책회의를 소집해 엄중 처벌하겠으며 본인도 사건 수습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재기 서울지검장은 3일 저녁 전국검사장회의의 공식행사인 만찬참석도중 이 사건 보고를 받고 오후 8시쯤 검찰청사로 돌아와 간부회의를 소집,수사계획등 대책을 마련한 뒤 4일 새벽 1시가 넘어 퇴근.
전검사장은 이날 밤 심야간부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운동권 학생들의 비윤리성을 여실히 드러낸 용서하지 못할 범죄』라며 관할 북부지청에 주동자 및 배후세력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
서울지검 공안1·2부 검사 전원도 오후 8시쯤 이 사건발생소식을 듣고 전원 청사로 되돌아와 검사장등 간부들에게 사건경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
○…서울 명동성당 구내에서 장기농성을 벌이고 있는 범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등 재야인사들은 4일 오전 정총리서리 폭행사건에 대해 『강성이미지를 부드럽게 보이도록 하려는 얄팍한 생각에서 강의를 하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
또 전교조 소속의 한 해직교사는 『정씨의 주도로 해직당한 1천5백여 교사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분노에 비교한다면 정씨가 학생들로부터 당한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
◎봉변당한 정 총리 동정/허리 타박상… 오전만 정상집무/“내 종아리 치고 싶은 심정” 비통
○…폭행을 당해 진찰까지 받았던 정총리서리는 4일 오전 정상출근해 기자간담회를 자청,『내 종아리를 치고 싶은 침통한 심정』이라는 자신의 심경을 피력.
○…정총리서리는 『지난 2년간의 공직(문교장관)을 제외하고는 평생 제자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가르치는데 평생을 바쳐왔으며 내가 사랑하는 젊은 제자들이 있는한 공직을 떠나면 반드시 강단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시 다짐.
그러나 정총리서리는 『일부 과격학생들이 있으나 전체 학생은 아니며 나를 존경하고 따르는 학생들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
정총리서리는 『4층계단에서 학생들에 이끌려 내려올때 계단을 헛디뎌 쓰러지면 큰 불상사가 우려돼 정신을 차려 주의했다』고 악몽의 순간을 기억.
정총리서리는 이날 오전 8시50분 평상시와 다름없이 등청해 낮까지 정상집무를 한후. 퇴청.
○…외대앞에서 개인택시를 타고 오후 8시20분쯤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돌아온 정총리서리는 국군통합병원 의료진의 응급진단을 받은뒤 총리실 강용식 비서실장과 심대평 행정조정실장 등과 대책을 협의.
정총리서리는 이날 초진결과 허리등에 타박상을 입었으나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총리서리는 4일 정밀진단을 받았다. 정총리서리는 강실장을 통해 『총리이전에 한 교수로서 맡았던 강의를 책임지기 위해 종강을 하고 나오는 도중 일부 학생들이 소란을 피운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총리서리는 『학생들이 나를 잘못 이해한데서 이날 일이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멀지않은 장래에 학생들이 나의 진심을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소식이 전해지자 노태우 대통령이 정총리서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했으며 정해창 청와대비서실장,이상연 내무장관.김기춘 법무장관,최창윤 공보처장관이 위로차 총리공관을 다녀갔다.<박병석·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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