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이라크 추가 파병'전략 … 체니 측근 크라우치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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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미군을 더 파병하겠다고 밝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전략을 고안한 사람은 네오콘(힘의 외교를 강조하는 신보수주의자) 강경파인 J D 크라우치(48.사진)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딕 체니 부통령실.국무부.국방부.중앙정보국(CIA) 등 관계기관에서 파견된 12명의 관료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부시 대통령이 10일 발표한 새 이라크 전략의 골격을 다듬었다고 백악관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라우치의 팀에는 네오콘인 존 해나 부통령실 안보보좌관도 포함돼 있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단계적으로 철군하라고 한 초당적 기구인 이라크연구그룹(ISG)의 건의를 묵살한 것은 '미군을 증파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크라우치 팀의 판단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라우치는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네오콘의 거두인 체니 부통령이 신임하는 인물로, 그동안 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부시 대통령이 내놓을 이라크 전략은 크라우치가 몇 개월 동안 비밀리에 진행해 온 작업의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학자 출신인 크라우치는 초강경 보수파다. 1995년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이 포용정책으로 1차 북한 핵위기를 넘기려고 했을 때 사우스웨스트 미주리 주립대학 교수였던 그는 "남한에 미군을 증강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쿠바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던 반(反)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운동가들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자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가 2001년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차관보에 지명됐을 때 민주당 칼 레빈 상원의원(현 상원 군사위원장)은 인준 청문회에서 이런 발언을 문제 삼으며 "무모한 생각을 하는 인물이 아니냐"고 따진 적이 있다.

크라우치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국방정책조정관으로 일한 윌리엄 반 클리브로 알려져 있다. 반 클리브는 당시 소련과의 데탕트(화해)를 반대하며 군비증강으로 소련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한 매파로, 크라우치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았을 때 그에게서 배웠다.

크라우치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1990년대 초 잠시 국방부에서 일했다. 그때 체니 부통령(당시 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당시 차관보)이 상관이었다. 크라우치는 2004년 루마니아 대사로 갔으나 해들리가 "도와달라"고 하자 2005년 1월부터 백악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짐 호글랜드는 "백악관에 체니의 사람이 또 늘어났다"고 썼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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