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재건축·재개발이 주목하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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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잇따른 규제로 힘이 빠진 재건축은 더욱 힘들게 됐다. 재개발은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주는 도시재정비사업에 걸고 있던 기대치를 다소 낮춰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상한제 시행으로 도심 주택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도심에서 주된 새 아파트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의 투자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 9월 이전 사업 승인 신청하면 피할 듯=정부는 1.11 부동산대책에서 9월 이후 사업 승인 신청분부터 상한제를 적용키로 하면서 12월 이전까지 분양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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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단지엔 12월 이전 분양 승인 조건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일반 아파트와 다른 경과 규정을 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절차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진행 과정이 복잡해 사업 승인을 받은 지 3개월 안에 분양 승인 신청까지 할 수 없어서다.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하는 관리처분 등을 거쳐야 해 대략 8개월가량 걸린다. 특히 재건축 단지는 공정률 80%에서 후분양해야 해 사업 승인 신청 이후 2년 뒤에나 분양할 수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2.3단지 등이 2005년 사업 승인을 받은 뒤 지난해 착공했고 내년 이후 분양할 수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3개월 경과 기간은 업체들이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승인만 신청해 놓고 분양을 미루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구체적 입법 과정에서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해 사업에 무리가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건축보다 재개발 손실 커=사업 승인까지의 절차를 감안하면 현재 조합 설립 막바지 단계까지 사업이 진행돼 있어야 9월 이전에 사업 승인을 신청, 상한제를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승인 이전 단계여서 상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서울에서 160곳 정도다. 이 중 120여 곳은 조합 설립 이전이어서 상한제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40여 곳은 조합 설립 단계로 사업을 서두르면 9월 이전 사업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다.

상한제 충격은 일반 분양분이 많을수록 크다. 재건축의 경우 저층 단지의 사업이 대부분 끝났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일반 분양할 물량도 많지 않다. 송파구 가락시영은 재건축으로 가구 수를 늘리지 않고 강남구 개포주공, 과천에서는 일반 분양분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구 고덕주공과 둔촌주공에서 일반 분양분이 다소 있지만 전체 건립 가구 수의 10% 안팎이다. 용적률 제한으로 중층 단지의 일반 분양분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재개발은 용적률 증가 폭이 커 전체 건립 가구 수의 30~60%를 일반 분양한다. 정부는 상한제로 분양가가 20%가량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일반 분양 수입이 그만큼 줄어든다. 지난해 이후 강북 지역에서 분양된 재개발 단지들에 상한제를 적용해 보면 분양 수입이 조합원당 2000만~8000만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마포구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최대한 서둘러 상한제를 피하는 게 올해 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투자성은 어떻게 되나=상한제로 투자 기대치는 내려가지만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재개발이 상한제에 따른 주택 공급 위축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J&K 백준 사장은 "분양 수입 감소로 당장은 부담금이 늘어나겠지만 공급 부족으로 입주 뒤 집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어 투자성을 어둡게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성 악화로 일부 사업은 주춤할 것으로 보여 사업 속도와 입지 여건 등에 따른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설립 단계의 사업장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력을 높일 것이다. 상한제에 따른 영향을 용적률 상향조정으로 상쇄할 수 있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 같다. 용적률 혜택이 없는 뉴타운이나 그 이외 재개발 사업은 주변 개발재료, 교통.교육 등 주거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사업은 영향이 크지 않은 상한제보다 안전진단.용적률 등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안전진단이 까다로워지면서 재건축 퇴짜를 맞은 단지들이 잇따른다.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진 아파트보다 안전진단이 생략되는 단독주택 재건축이 올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자치단체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포함해 구역 지정 절차를 대신 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주민들이 절반 이상의 동의서를 확보해 많게는 10억원의 돈을 들여 구역 지정 신청을 해야 해 초기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3월 확정된 서울시내 250곳의 단독주택 재건축 예정지 가운데 지금까지 구역 지정된 곳은 10곳 정도에 불과하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단독주택 재건축도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 위주로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재건축 단지들에선 올해 매물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설립 뒤부터 전매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에서도 전매 가능한 가구 수가 계속 줄고 있다.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인기 지역 재건축 단지는 일반 분양분이 거의 없고 조합원이 될 기회도 없어지면서 매물 품귀 현상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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