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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 비과세 100% 활용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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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르면 3월부터 3년간 해외펀드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모두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외국 운용사가 해외에 설정한 역외펀드나 이런 역외펀드를 묶어 만든 재간접펀드는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해외펀드 규모는 약 24조원. 역외펀드(11조2000억 원)와 재간접펀드(4조6000억 원) 등을 제외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펀드 규모는 8조 원 정도다.

◆ 내 해외펀드부터 점검하라=먼저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비과세 되는 해외펀드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다. 신한BNPP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형'이나 미래에셋의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 등이다.

역외펀드는 세금 혜택을 못받는다. 순자산액이 3조 원 가까이 되는 '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펀드'를 비롯, '메릴린치이머징유럽펀드'.'템플턴중국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로 피델리티.메릴린치.푸르덴셜.HSBC 등 외국 운용사 이름이 붙은 펀드 가운데 역외펀드가 많다.

이들 역외펀드를 자산으로 편입한 재간접 펀드(펀드오브펀드)도 비과세 대상이 아니다. PCA투신운용의 'PCA뉴실크로드재간접'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운용사가 설정한 해외펀드라도 '재간접'이 붙었다면 비과세 대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 판매사나 운용사 등을 통하면 내 펀드의 비과세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금융소득종합과세 여부 따져라=내 해외펀드의 '정체'를 알았다면 이에 맞게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 역외펀드에 가입했을지라도 환매수수료, 운용 능력, 펀드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운용사의 해외펀드보다 나을 것 같다면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

투자 금액이 크다면 무엇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금융소득이 1인당 4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에 합산해 세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소득세 과표 구간(8~35%)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이 7000만 원인 근로자 A씨가 해외펀드에 투자해 6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4000만 원 초과분(2000만 원)이 소득에 합산돼 A씨의 소득은 9000만 원으로 계산된다. 합산되기 전에는 26%의 근로소득세를 내면 됐지만, 종합과세로 3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비과세 해외펀드의 경우엔 이런 염려가 없다. 그러나 역외펀드.재간접펀드의 경우엔 종합과세 여부에 따라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소득과 펀드 수익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세금우대 챙겨라=비과세 혜택을 받는 해외펀드에 설정한 세금우대는 이른 시일 내 해지하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해외펀드에 세금우대를 한도(4000만 원)만큼 설정한 투자자 B씨는 현재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세금우대를 적용받을 수 없다. 한도가 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이 한도가 2000만 원으로 줄었다. 곧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될 해외펀드 세금우대를 해지하면 당장 2000만 원의 한도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이 한도를 다른 금융상품에 설정하면 그만큼 세금 절약이 가능하다.

◆ 비과세 해외펀드, "맹신은 금물"=그러나 비과세 혜택을 줬다고 해서 해외펀드가 만능은 아니다.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데다 해외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델리티 일본펀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30일까지 1년간 엔화 기준 수익률은 2.96%였지만 원화 기준 수익률은 -5.06%였다. 같은 기간 일본 증시는 상승했지만 엔화 가치가 7.79% 하락하면서, 원화 기준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또 비과세 대상 해외펀드는 중국(45.1%).브릭스(15.4%).인도(8.7%) 등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이들 지역은 증시 변동성이 커 투자 위험이 크다. 제로인 우현섭 애널리스트는 "해외펀드는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국내 증시엔?
"환율 진정 … 길게 보면 호재"

이번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내 증시 수급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을 안정시켜 득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우증권은 16일 정부의 해외 투자 확대방안으로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이로 인해 국내 증시의 수급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이번 조치가 시장의 추세를 좌우할만한 변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회사 이건웅 연구원은 "수익률에 민감한 펀드의 특성상 올해 한국 증시가 해외 증시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자금이 국내로 유턴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기금.보험 등 기관의 해외 투자가 늘겠지만 국내 투자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 수급이 크게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목표대로 환율 하락세가 진정될 경우 이런 악재도 상쇄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증가해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란 것이다.

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자금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국제화에 기여해 국내 펀드 시장이 선진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국내 증시엔?
"국내펀드서 돈 빠져 악재"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국내 증시에 '역풍'을 몰고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펀드에 자금이 더욱 몰리면서 국내 증시는 하락하고, 국내 펀드에서는 환매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 수탁액은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6일 이번 조치로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게 된 것은 국내 증시 수급 측면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 김학균 연구원은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으로 투자를 꺼렸던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해외 펀드 쏠림 현상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최근 몇달간 해외펀드가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해 해외 펀드로의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치가 특정 국내 운용사의 해외펀드로 '쏠림' 현상을 부추겨 투자 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재간접펀드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중국.인도.베트남 등 '고수익 고위험' 국가에 투자하는 국내 운용사의 상품으로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다"며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던 해외투자가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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