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 깊은 발리 "주무기"-ITF테니스 우승 장의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남자 테니스계에 장의종(22·대한항공)시대가 활짝 열리고있다.
실업초년생 장의종이 27일 올림픽코트에서 끝난91ITF(국제테니스연맹)한국테니스 서키트 1차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김성곤(울산대)을 2-0으로 일축, 올 들어 국내선수와의 대결에서만 무적의 23연승을 구가했다. 이로써 장은 종별선수권(3월)과 실업연맹전(4월)에 이어 3관왕을 차지, 북경아시안게임 참패로 얼룩진 한국테니스계에 보랏빛 희망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장은 특히 이달 초 인도와의 데이비스컵 예선에서 강호 크리시난(세계랭킹90위)과 지난해 세계주니어2위인 파에스를 연파, 은퇴한 유진선 김봉수 뒤를 잇는 대표팀의 확고한 에이스로 부각됐다.
장의 주무기는 1m84㎝의 장신에서 직선으로 내려꽂는 캐논서비스와 결정력이 뛰어난 각도 깊은 발리. 바야흐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진흙 속의 진주」「미완의 대기」정도로 평가되던 장의종이 드디어 진주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트플레이어인 장은 대한항공에 입단한 올 동계훈련기간 중 하루에 무려 1천개에 달하는 강도 높은 서비스훈련과 다양한 전형의 팀 동료들을 상대로 공격 수비연습을 별도로 실시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이 잇따른 국제대회참가를 계기로 갖게된 자신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김성호 대한항공감독은 『상대실수로 이기는 경기가 용납 안 되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외국의 강호들과 맞부딪치며 화끈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익힌 것이 범실을 줄이고 위기를 관리할 줄 아는 선수로 장을 대성시켰다』고 평했다.
올해 2백위권 진입이 목표인 장(현재 3백1위)은 세계상위랭커들의 경기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구입, 세밀한 관찰로 자신의 약점인 톱스핀 스트로크를 누를 수 있는 힘과 빠른 발 가꾸기에 부심하고 있다.
존 매켄로(미국)의 섬세하리만치 날카로운 발리터치를 가장 부러워한다. <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