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신동방 인수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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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엔터프라이즈가 ㈜신동방의 인수를 포기했다.

신동방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신동방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실사작업을 하던 동원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이 인수철회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13일 밝혔다.

동원 관계자는 이날 "신동방으로부터 원하는 자료를 받을 수 없어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상태에서 인수라는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신동방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난 9월 동원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나 노조의 반발 등으로 지난달 20일에야 실사작업을 시작했다. 여기다 지난 6일 실사가 마무리된 뒤에도 노조와 채권단, 동원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 사이에 고용 보장과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갈등 국면이 지속돼 왔다.

특히 신동방비상대책위원회와 동원은 지난달 두차례, 이달 한차례 등 모두 세차례에 걸쳐 협상을 했지만 고용 보장.임금 인상.회사운영 형태 등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2순위 협상 대상자인 CJ컨소시엄이 신동방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CJ가 신동방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노조도 CJ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방의 오병철 비상대책위원장은 "동원 측에서 노조가 과다한 요구를 하고 실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지만 동원 측이 노조의 고용보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CJ컨소시엄은 고용보장을 해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매각작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CJ컨소시엄이 신동방의 최우선 예비협상자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말께 채권단과 신동방 인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CJ의 신동방 인수에 대해 독과점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지분야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CJ가 28~30%인 신동방을 인수할 경우 점유율이 최고 75%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독과점의 우려가 있어 투자회사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신동방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CJ의 자회사가 아닌 별개의 회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4일 오후 2시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해 경과를 설명하고 향후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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