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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모습찾기 서두르는 남산|성곽복원 역사 탐방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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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양 정도 6백년기념「남산 제 모습 찾기사업」은 개항이후 1백여년동안 무분별한 도시계획에 의해 할퀴어지고 파손된 남산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한 대 역사다. 남산자락에 들어서 있던 안기부·수방사·외인아파트·미군시설 등을 이전, 철거하고 96년까지 이 부지에 「전통문화동네」「늘푸른 언덕」「애국가마당」등의 시민공원을 조성하고 성곽·분수대등 유적도 옛 모습대로 복원한다는 것이 서울시가 밝힌 마스터플랜의 주된 내용. 지난해6월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본계획을 구상해온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남산 제모습찾기 1백인 시민위원회」를 구성, 종합계획을 세웠다. 사업비 1천8백82억원은 전액 시 일반회계로 충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산 제모습찾기 종합계획이 인공시설 위주로 짜여져 있는 점을 들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또 남산복원 후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급증할 경우 예상되는 도심 및 남산진입로 교통체증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것도 서울시가 해결해야할 숙제다. 이밖에 이 사업계획이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만에 급조된 작품인 점을 들어 『남산복원은 5공식 한건주의로 무리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소나무가 무성한 옛 숲을 이루어 푸르름을 뽐냈던 남산. 애국가속에 이어져온 6백년 숨결이 어떤 모습으로 되살아날 것인지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생태계·유적 복원>
산림의 경우 아카시아·은사시 등 외래수종에 밀려 도태되고 있는 소나무·신갈나무 등 고유수종을 되살린다.
현재 ▲아카시아(19·8%) ▲신갈나무(17·5%) ▲소나무(14%) ▲물오리나무(8%)순으로 구성된 생육비율을 남쪽 경사면은 소나무, 북쪽은 신갈나무 위주로 조림한다.
이를 위해 아카시아를 96년까지 7천 그루, 30년 이후까지는 5만5천 그루를 베어 내고 96년까지 4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다.30∼50년 뒤까지 2만5천 그루를 더 심는다는 장기계획도세우고 있다.

<서울타워도 옮긴다>
다만 장충단공원과 예장동 지역의 무성한 아카시아군은 그대로 남겨둘 계획.
또 대기오염·산성비로 인한 토양의 산성화로 수목의 생장력이 감퇴되고 있는 점을 감안, 시비(시비)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기로하고 우선 금년 중 2백35t의 석회를 뿌린다.
유적지로는 장충체육관 뒤편에서 능선을 따라 응봉 「남소문터∼팔각정∼분수대광장을 잇는4㎞의 성곽을 복원하고 성곽을 따라 역사 탐방로를 만든다.
5개의 봉수대와 일제때 철거된 국사당·노인정도 옛 위치에 복원할 계획. 이에 따라 현재의 팔각정자리에 국수당을 세우고 팔각정은 그 옆으로 이전된다.
복원이 불가능한 남소문·남별당·녹천정 등은 그 자리에 표석을 세우고 활쏘기·씨름·산체·순성놀이 등 옛 민속행사도 시민축체로 재현할 계획.

<새 공원시설>
「전통 문화동이 네」가 설 수방사 이전부지 2만3천8백평에는 전통정원이 있는 연못과 민속마을·놀이마당·시사전시관·전통공예 및 음식·웅기공원을 조성하고 진입로 왼쪽에는 한국 명화관을 지어 일제 때부터 현재까지의 끝로 상영한다.
안기부와 4개 건물 중 1개는 헐고 두곳은 도서관으로, 체육관은 시민체육관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나머지 부지는 산림으로 조성할 방침.
외인아파트·남산맨션자리 4만1천평에 들어설 「늘 푸른 언덕」은 수종별 수목공원과 대형 잔디광장·실내식물원·연못 등을 갖추고 산책로로 연결, 자연학습과 조망을 함께 할 수 있게 한다.
4만평의 「애국가마당」은 현재 식물원·분수대가 있는 중앙광장과 백범광장·어린이놀이터자리를 묶어 조성되며 성곽이 끝나는 자리에 봉수대와 애국가광장·꽃동산·민속놀이광장 등이 들어서며 소월길로 분리돼있는 중앙광장과 백범광장은 차도 위를 횡단하는 「무지개다리」로 연결해 보행이 가능토록 한다.
현 과학교육(옛 어린이회관)건물은 그대로 두고 식물원과 분수대는 철거할 예정.
남산진입이 차단돼있는 장충단공원은 진입이 가능하고 자연 생태적 흐름이 이어지는 「어린이·노인 모임터」로 꾸며진다.
수묘교 및 연못은 분수대와 놀이터·어린이야구장을 없애 남산계곡∼공원입구까지 자연개천으로 만들고 동국대 후문 진입로의 차도를 없애고 수림을 조성, 남산으로 연결시킨다.

<장기 계획>
북한산∼창경궁·종묘∼남산∼용산공원∼한강을 잇는 광역녹지축을 만들어 인천에서 배를 타고 올라와 한강에서 이 녹지를 통해 북한산까지 걸어서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인공시설 많다 지적>
또 응봉(남산의 옥수복쪽 봉우리)의 줄기도 한강시민공원을 지나 장차 공원으로 조성될 옛 뚝섬경마장터까지 잇는 녹지축으로 만든다.
북한산∼한강간 녹지축 중 세운상가로 단절돼있는 종묘∼남산사이에는 도심재개발 때 공공용지를 확보, 전철역 등 주요지점에 지구공원을 조성하고 공원간을 보행로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와 1백인시민위원회는 이 시기를 2010년 전후로 잡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회현동∼팔각정간 6백30m에 설치된 케이블카의 노선을 용산공원∼남산이나 그 이상으로 연장할 것을 검토 중.
서울타워도 철거, 적당한 시기에 한강변에 관광기능을 갖춰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순환도로 밑 산기슭 터에 세워져 경관을 해치고 있는 하얏트·신라·힐튼·타워호텔 등에 대해선·증·개축을 일절 허용치 않아 다음 세대에서 건물수명이 다하면 자연히 철거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이전대상에서 제외된 안기부뒤편 숭의여중고·숭의여전·리라국교·리라공고·서울예전·국토통일원 및 일반주택 20여가구가 들어선 예장동8일대 1만여평도 96년 이후 시설들을 모두 이전시켜 산림으로 회복시킬 방침.

<문제점>
지난10일 열린 시민위 전체회의에선 『시설이전부지에 지나치게 많은 인공시설이 들어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학습·교육·애국심·충효사상·전통문화·예술·놀이 등 「만능」을 추구하려는 욕심 때문에 잡다한 구경거리만 들어차 자칫 「자연 속의 제모습찾기」에 실패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교통전문가들은 도심이면서도 차량출입이 거의 없었던 수방사터에 전통문화동네가 들어설 경우 엄청난 인구·교통유발로 최악의 마비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애국가마당」「늘푸른언덕」 등으로 진입하는 힐튼호텔 앞 남산순환도로도 극심한 체증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교통혼잡 부를 수도>
이에 따라 교통전문가들은 공원설계 이전에 엄격한 교통영향평가를 실시, 교통유발시설은 과감히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천8백82억원(추산)에 달하는 예산에 대해서도 남산의 이용객이 서울시민만이 아니므로 용산공원처럼 국립공원화를 추진 정부재원을 동원하거나 시설마다 입장료를 받아 충당하는 방법 등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 2000년대로 미룬 하얏트호텔 등 경관을 해치는 잔류시설물의 철거문제도 장기적인 숙제로 남아있다.
또 앞으로 시의회차원의 계획수정요구로 인한 사업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남산의 제모습찾기만큼은 정권이나 시대가 바뀌어도 일관되게 지속돼야한다는 여론이다.
이밖에 산림의 일부구역은 강제적인 소나무이식 등을 피해 생태계변천을 연구할 수 있는 임야로 활용하자는 의견과 현재의 장충단공원∼한남동간 도로 중 정상부분을 산림으로 회복시켜 남산과 응봉을 원래대로 연결하고 그 밑에 터널을 뚫어 차량을 통행시키자는 제안도 제시되고 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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