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차량 교통범칙금도 회사에 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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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고도 시간외수당 받고, 차량에 기름까지 공짜, 범칙금도 회사에 미뤄…'.

성과금 50%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15일 파업에 들어간 현대자동차 노조. 1987년 창립 이래 20년 동안 단 한 차례(94년)만 빼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여 회사에 10조원이 넘는 생산 손실(회사측 집계)을 안겨줬지만 회사 측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아왔다. 조합비만 연간 70억원이 넘고 적립금도 100억원 이상인데도 노조의 살림살이는 회사에 떠넘기고, 90여 명의 노조 간부는 회사로부터 갖가지 특혜를 받고 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의 꿈이 명장(名匠.국가 공인 최고 기술자)이 아니라 빨간 조끼(노조 간부의 상징)를 입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일하지 않는데도 시간외수당 지급=15일 현대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조 업무만 하는 전임자는 90명. 여기에다 임시 상근자, 대의원 대표에다 전주.아산 등의 지부장을 포함해 약 210명이 노조 업무만 하는데도 하루 8시간의 정상근무를 하는 동료와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특히 전임자 90명은 월 123시간의 시간외수당(월 92만2500원 내외)을 추가로 받는다. 또 노조 내에서 이들보다 지위가 조금 떨어지는 임시 상근자 10명은 90시간(67만5000원 내외)의 시간외근무를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노조가 고용한 여직원 6명에 대한 임금(1인당 연간 1600만원)도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자동차에 기름값까지 지원=노조 간부가 됨에 따라 신분이 상승했음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노조 상근자 210명에게 지급되는 승용차 정문 출입증. 일반 노조원은 정문 밖 명촌 주차장 등에 차를 댄 다음 셔틀버스로 10여 분 거리를 이동해야 자신의 근무처까지 갈 수 있지만 이들은 회사에서 차장급 이상의 팀장에게만 주어지는 출입증을 달고 정문 통과는 물론 회사 내 아무 곳이든 다닐 수 있다. 특히 노조위원장과 5명의 지역.업종별 본부장에게는 전용 승용차(쏘나타NF)가 제공된다. 또 노조 공용으로 쏘나타.투싼.스타렉스 등 11대의 차량이 별도로 제공된다.

현대차는 회사가 노조에 제공한 차량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의 개인 승용차에도 기름값을 대주고 있다. 기름값의 경우 노조위원장 전용차에는 무제한, 회사가 제공하는 나머지 16대엔 월 300ℓ 이상(본부별로 다름)을 지원하고 있다. 또 차량을 제공받지 못한 노조 간부 가운데 사업부 대표 9명에겐 월 100ℓ씩, 산업보건담당 전임자 6명에겐 120ℓ씩, 나머지 50명의 상집위원에겐 80ℓ씩의 유류비가 나간다.

이들 차량 대부분은 교통위반 딱지를 떼여 압류돼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차량이 회사 소유여서 교통 범칙금 딱지가 모두 회사로 날아오는데 연간 100건이 넘는다"며 "회사가 범칙금을 대신 내라는 건지, 노조에 딱지를 넘겨줘도 전혀 처리해 주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사무실 비품도 회사 부담=이 밖에 노조 사무실(350여 평), 창고(15평), 개인용 컴퓨터(64대)와 책상.캐비닛.복사기를 비롯한 각종 집기와 비품도 모두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노사협약 등에 특별히 지원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의 비위를 맞추려 협상 중에 하나씩 요구해온 것을 수용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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