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최우선 변함없다/개각 이후 경제정책 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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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기진정·개방화 추진 현행대로/여론수렴·정책일관성 유지 긴요
최각규 부총리가 예상대로 유임된 것은 현 경제팀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취임 1백일(5월28일)을 이틀 앞두고 재무·동자의 주요포스트가 새로 바뀌었지만 이것이 정책기조의 변경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에 경질된 두 장관도 정책수행상의 잘못에 따른 「문책」성격보다는 1년2개월이란 상대적 「장수」가 주요요인이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임 재무·동자장관이 모두 소관정책 수립과 시행에 깊숙이 참여해왔던 사람들로 바뀌었다는 점도 급속한 정책변경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정책 기조는 물가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으면서 사회간접자본투자 확대와 제조업 경쟁력강화를 추진하는 기본노선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신제도개편·유가조정·근로자복지대책·농어촌 구조조정대책 등 진행중인 각종 경제현안들도 계획대로 추진,조만간 발표·시행될 전망이다.
경제팀의 양대축인 최각규 부총리와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은 사안의 우선순위에 약간의 시각차는 있지만 대체로 우리경제의 기본과제를 물가안정과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보는데는 이견이 없다.
현행 경제팀이 기획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기획원을 축으로 한 경제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일체감」을 형성하기는 훨씬 수월한 분위기가 됐다.
이번 개각으로 농림수산·건설·동자장관이 기획원 출신이 됐으며 재무와 교통은 최부총리가 재무차관·상공차관 시절 함께 일한 경험이 있어 최부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팀워크」는 완벽하다 할 정도로 짜여졌고 이에 따라 최부총리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커질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경제정책에 관한한 최부총리에 「모든 것」을 맡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부총리의 정책은 「물가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고도성장 시대의 주역이었던 전력과는 달리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경기를 희생할 수 있다고 본다. 성장의 양보다는 「물가라는 성적표」로 나타나게 마련인 질이 중요하다는 판단이고 이에 따라 건설투자 축소·내수소비 감축 등의 경기진정책은 물가가 잡히지 않는 한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경제가 목표로 하는 선진화가 개방을 전제로 한 국제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우루과이라운드,미국·EC 등과의 쌍무적 통상현안,나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이르는 대외경제협상에서 개방의 행보는 계속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가 외에도 부동산·금융제도·에너지정책·농산물개방과 관련한 농업구조조정 등 현 경제팀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에는 보다 폭넓은 여론수렴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더욱 긴요하다.
최근의 경제정책 수립·시행과정에서 이같은 경제정책이 부처간·당정간의 마찰로 실기하는가 하면 졸속·돌발적인 정책제시로 혼선을 빚는 사례가 왕왕 있어 왔다.
토론과 협의야 물론 필요한 것이지만 경제정책이 정치에 의해 변질돼 일관성을 잃고,이상과 현실의 어느 한쪽에만 매달려 불필요한 부작용을 빚는 일이 없도록 미리 추스르는 것이 경제팀의 과제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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