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오픈테니스 셀레스 수성여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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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여자테니스의 최강자는 누구인가.
오는 27일부터 2주간 파리의 롤랑 가로코트에서 펼쳐질 프랑스오픈대회가 군웅할거시대를 방불케 하는 세계여자테니스의 판도를 가름할 파리대회전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을 서막으로 올3월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유고의 샛별 모니카 셀레스(17)의 수성인가, 절치부심 재기의 칼날을 갈아온 슈테피 그라프(21·독일)의 정상탈환이냐. 아니면 상승세인 가브리엘라 사바티니 (21·아르헨티나)의 새 시대를 여는 무대가 될 것인가.
이번 프랑스오픈의 여자부는 특히 현재 세계2,3위에 랭크돼 있는 그라프나 사바티니 모두 우승할 경우 셀레스를 제치고 대망의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자리바꿈이 예상돼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우승상금 20만달러(약1억4천만원)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는 여자프로테니스 사상 최연소인 17세 3개월만에 정상에 등극한 영파워의 선두주자 셀레스.
1백86주란 테니스사상 최장기 랭킹1위 집권자인 그라프를 권좌에서 밀어낸 셀레스는 각도 깊은 강력한 양손 포·백핸드스트로크를 주무기로 올해 첫 그랜드슬램인 호주오픈을 석권, 셀레스시대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아버지 피터 그라프의 누드모델과의 염문설, 팔목부상 등 내우외환으로 시달려 부진했던 그라프의 재기의욕 또한 만만치 않다.
그라프는 지난 20일 끝난 독일오픈에서 집요한 도전자 아란차 산체스(스페인·세계랭킹5위)를 꺾고 우승, 정상탈환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88년 서울올림픽과 그해 그랜드슬램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전미오픈)를 모조리 휩쓸었던 그라프는 아직도 살인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세계여자 최고의 포핸드스트로크가 건재한데다 이번 대회를 위해 일주일전쯤 일찌감치 파리에 도착, 실전적응훈련 등으로 권토중래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셀레스나 그라프 모두 세계제패의 시발점이 프랑스오픈(셀레스 90년·그라프 87년)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회에 임하는 두 선수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러나 몰 파인(미국)등 저명한 테니스저널리스트들은 이들 외에 명실상부한 세계적 스타이면서도 그랜드슬램 정상과는 인연이 없던 사바티니가 통념을 깨고 우승, 평생숙원인 세계랭킹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단조로운 톱스핀 스트로크에 의존하던 사바티니는 올해 들어 서브에 이은 발리 등 적극적인 네트플레이의 공격수로 완전 탈바꿈했고 최근엔 독일의 유명한 스포츠 심리학자 뢰르박사로부터 심리학적인 트레이닝까지 받아 정신력이 크게 향상, 자신감에 차있다.
불을 뿜어내는 활화산처럼 힘차고 다양한 샷을 구사하는 사바티니는 셀레스의 약점인 서브와 발리, 그라프의 약점인 백핸드에서 모두 이들을 압도하는데다 올들어 클레이코트에서 전승을 기록하는 등 5개대회에서 우승, 강력한 다크호스로 지목되는 것이다.
「철녀」나브라틸로바 (34·세계랭킹4위)가 10번째 윔블던제패를 위해 결장한 프랑스오픈의 붉은빛 찬연한 롤랑가로코트에서 과연 마지막 환호성을 터뜨릴 여걸이 누가 될 것인지 전세계 테니스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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