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류… 유럽브랜드 철수러시(유통시장 개방 무엇이 문제인가: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라이선스 계약보다 직판체제 속셈/일사들도 한국시장조사 거의 끝내
유명 해외의류 브랜드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말 프랑스 랑방이 국내기업과의 브랜드 사용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본국으로 철수한 것을 비롯,지방시·크리스천디오르·니나리치 등 알만한 브랜드들이 국내계약을 끊었다.
이밖에 국내에 상륙해 있는 크고 작은 1백80여개의 라이선스 브랜드들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대부분 한국을 떠날 채비를 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이 이들 외국업체가 1조원으로 추산되는 한국 기성복시장(6대 메이커 기준)에 발을 끊겠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에스에스패션의 이진우 상무는 『이름만 빌려주고 매출액대비 3∼5% 정도의 로열티를 챙기는 것는 성에 차지 않아 오는 7월 유통시장 개방이후 직접 국내에 들어와 장사하겠다는 사전포석』이라고 풀이했다.
라이선스계약은 손쉽게 과실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당한 유통마진을 포기하는 셈이고 게다가 디자인·원단제조기술의 이전효과가 빨라 이른바 「부메랑 효과」에 얻어맞기 쉽기 때문에 국내 진출업체들이 틈만 나면 국내 직접진출을 노려왔다는 얘기다.
아직 이들 유럽브랜드가 구체적 행동을 보인 사례는 없다. 또 7월 개방 이후에도 국내에 진출하기까지에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업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반도패션의 한 관계자는 의류의 특성을 예로 들고 있다.
『의류는 다른 제품과 달리 진출하는 현지 국민의 체형이나 패션감각 등 구미를 꼭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직접 생산해서 들여올 경우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유럽브랜드보다 지명도가 훨씬 낮지만 우리와 여러가지 소비패턴이 비슷한 일본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는 매장설치기법·유통노하우를 앞세울 때 국내시장을 쉽사리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일본 신사복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카인드웨어사를 비롯,다반·크리스천오자르 등 일본 의류업체들이 직접유통망 구축을 겨냥해 진작부터 국내 의류소비성향,생산 및 유통실태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유럽·일본 의류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반도패션·제일모직·에스에스패션 등 국내 대메이커들은 담담한 편이다.
상공부도 의류를 포함한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향후 2년간의 국내소매업 잠식률율 0.05%(2백억원) 정도로 낮게 예상하고 있다.
오는 7월1일 당장에 3백30평짜리 점포 10개 설치가 허용되더라도 서울등 대도시에서 의류판매의 결정적 요소인 목좋은 매장은 어디에서 구할 것이며,폭넓은 한국의 중저가브랜드를 어떻게 뚫고 들어오겠느냐는 생각이다.
오히려 의류매출액이 전체 매출의 통상 40%를 차지하는 백화점 영업담당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격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보통 수입상 마진이 수입원가를 1.5배 정도 높이는데 외국업체가 직판하게 되면 1백만원짜리 외제 여성원피스를 60만∼70만원에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생산지를 동남아등으로 전환해 국내에 수출할 경우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86년 4백21달러였던 의류수입액이 5년만인 지난해 무려 1억달러를 넘어서는등 외제의류 선호도가 급증하는 가운데 가격도 적절하고 첨단 매장·유통시스팀을 갖춘 외국 의류업체가 들어올 경우 서울의 외국업체 매장 2,3개로도 상당한 시장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년여전부터 일본과 합작,미치코런던등을 국내에 팔고 있는 카인드웨어 서울의 한 간부는 『일본 업체들이 한국 의류제품의 하드웨어(제품의 질)는 그런대로 좋은데 소프트웨어(매장·유통관리)가 허술한데 대해 내심 안심하고 있는 듯하다』며 93년 유통시장 완전개방에 대비,미리부터 경쟁력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승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