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두둔·성토 여야 새 쟁점/“시국수습”“오히려 악화”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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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재야의식 임명철회 목청높여/야/“예정된 트집에 무책임한 정략” 묵살/여/여,임명동의 늦춰 분위기 가라앉히기 작전
5월의 긴박했던 시국불안이 한풀 수그러든 시점에 단행된 총리경질을 놓고 여야간에 강성시비가 벌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정부·여당은 야권의 요구를 수용해 내각개편이 단행된 것인만큼 시국수습의 가닥이 잡혔다고 보고 광역선거 정국으로 전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전교조 와해에 앞장섰던 정원식 신임 총리서리의 임명이 야권의 공안통치 종식요구와는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혹평,임명철회를 촉구하는등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야의 이같은 상반된 시각과 입장은 가깝게는 광역의회선거,나아가서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향후 정치일정과 관련해 서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다는 풀이다.
○…신민·민주당 등 야권이 총리경질이 발표되자마자 이례적으로 「임명철회」까지 요구하며 현정권과의 전면투쟁선언등 강도높은 대여공세를 하고 나선 것은 다분히 광역선거를 의식한 정치공세라는 지적이다.
특히 당장 26일의 서울 여의도집회를 비롯,원주(27일)·부산(6월1일) 대회 등 잇단 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신민당으로서는 이를 최대한 정치쟁점화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광역선거 표밭으로 연결시킨다는 속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대회를 눈앞에 두고 예상보다 빠른 노재봉 전 총리의 사표제출로 「내각사퇴」투쟁목표가 실종되고 김이 빠져 고심하던 차에 「전교조 탄압에 앞장선 공안통치의 우등생」(김대중 총재)인 정씨의 총리임명은 신민당으로서는 저절로 굴러들어온 호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신민당은 이를 재빨리 또 다른 정치쟁점으로 부각시킨 셈이다.
신민당은 그동안 새 총리는 「민주화의지와 민생해결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이에 어긋나는 사람은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때문에 24일 정총리의 임명이 발표된 순간 열리고 있던 신민당 최고위원회는 격앙된 분위기로 돌변,일제히 비난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신임 정총리는 신민당이 제시임 조건에 부합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전교조를 탄압한 장본인으로 정씨의 임명은 곧 「공안통치 종식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도전」(박상천 대변인)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신민당은 앞으로 정씨의 임명철회와 공안세력 축출을 정치쟁점화해 대여 정치공세를 강화,광역선거에서 그 반사이득을 거둔다는 계산이다.
이번 광역선거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도 정총리의 등장을 새로운 공격목표로 삼아 광역선거에서 최대한 표로 연결시킨다는 계산 아래 정총리의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신민당이 정씨의 임명에 특히 「격앙된」모습을 보인 것은 최근 조직력을 회복하면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는 재야세력,그중에서도 전교조를 다독거려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5월의 치사정국을 맞아 재야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강온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독자노선을 걸어온 신민당은 최근들어 『보수야합 신민당』이라는 비난과 함께 당사가 점거될 정도로 재야세력과 운동권과의 사이가 서먹한 관계로 나빠졌다.
이런 마당에 이제는 재야세력의 핵심으로 성장한 전교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전교조 사태의 장본인인 정씨에게 일단은 강력한 거부의 몸짓을 보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신민당이 당장 밝힌 현정권에 대한 전면투쟁 선언도 어디까지나 정치공세일 뿐 법테두리안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신민당의 기본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민자당은 야당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술수라고 반박한다. 정부와 민자당 수뇌부들은 누가 총리에 지명되더라도 야당은 또다른 이유를 둘러대 비슷한 정치쟁점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민자당측은 신민당등이 줄기차게 거국내각 구성을 주장하는 점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야권의 목표가 오로지 앞으로 잇따를 선거를 겨냥한 중립적 내각의 관철만 노릴뿐이어서 야권의 강경반응은 예정된 수순의 트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자당은 특히 민심수습에 같이 힘써야 할 책임있는 공당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 단행된 총리경질을 백지화하고 새 사람을 임명하라는 주장은 잿밥에만 관심있는 야권의 무책임한 관행의 극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정부측은 정총리서리가 문교장관 재임시 태동한 전교조 와해에 앞장선 것은 사실이나 전교조 사태가 일부 교사들과 일부 국민들이 지지했을뿐 다수 교사와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결성에 반대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따라서 여권은 정총리서리를 공안통치의 핵심인사로 보는 야권의 시각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정부·여당은 또 신민·민주당 등 제도권 공당이 전교조등 재야의 볼모가 되어 재야의 눈치나 살피는 행태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여권은 바로 임시국회를 열어 받기로 했던 신임총리 임명동의도 9월 정기국회로 미뤄 야당에 정치공세의 꼬투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역선거가 끝나 흥분이 가시면 냉각기를 갖고 대야 설득을 해나가는 것이 낫다고 보고 당장은 광역선거쪽에만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권의 격앙된 분위기로 보면 「임명철회」는 광역선거전까지 새 불씨로 남아 주요쟁점이 되고 이 때문에 당분간 여야간에는 「강성시비」「공안통치」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정순균·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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