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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연극 무대 열기 후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연극문화가 불모지였던 강남지역에 뿌리를 내려 정착해가고 있다.
최근 연극계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적 특징은 대학로가 연극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가운데 신촌무대가 점점 퇴색해 가는 반면 강남무대가 활기를 더해 가는 현상. 사회전반의 문화 행태 변화를 대변하는 듯한 최근 흐름은 관객의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강남의 대표적인 상설연극무대는 롯데월드예술극장(잠실)과 구룡소극장(양재동)·보림소극장(대치동)등 세 곳.
관객부족으로 고생하던 이곳에 요즘 관객이 모이고 있다.
세곳 중 가장 먼저 강남연극개발에 뛰어든 롯데월드예술극장은 최근 뮤지컬·공연의 연속히트로 지역관객개발의 견인차가 되고있다. 예술극장은 89년 개관이후 관객부족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해 뮤지컬『아가씨와 건달들』『가스펠』이 관객동원에 성공하면서 뮤지컬 전용공연장의 이미지로 자신감을 얻고있다. 올해에도 연초 잔혹극『카덴자』등 초청공연에는 관객의 발길이 뜸했으나 5월 자체 제작해 막을 올린 뮤지컬『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는 4백개의 객석을 메우고 남을 정도로 관객이 모여들고 있다.
특히 예술극장측은 청소년 상대의 밝고 경쾌한 뮤지컬을 내놓아 강남지역 중·고등학교에「단체연극관람」이란 새 풍속을 일으켜 주목된다. 지금까지 단체 영화 관람만 해오던 학생들의 반응도 좋아 학교당 관극 희망자가 평균 1천명을 넘기 때문에 보통2∼3회로 나눠 입장할 정도. 청소년·학생관객의 확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연극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실익과 함께 건전한 청소년문화 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4월 개관한 구룡소극장과 올해 2월 문을 연 보림소극장도 나름의 독특한 연극문화를 뿌리내리고 있다.
극단「신시」가 운영해온 구룡소극장은 개관이후 성인연극뿐만 아니라 어린이극·무용·음악공연 등을 계속해오면서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넓혀왔다. 극장측은 지역주민의 주류인 중산층 주부를 위해 연극교실을 열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연장 옆 약수터물을 관객에게 서비스해주는 기민함을 보여 호감을 사고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40대 이후의 주부관객이 평일에도 40∼50명씩 찾고 있으며, 주말에는 가족 동반 관객이 많아 2백개 객석을 거의 메우고 있다.
극단「전망」이 운영을 맡은 보림소극장도 구룡소극장과 비슷한 입장. 대치동 주택가에 위치한 관계로 중산층 주부 관객 개발에 전력, 개관 당시 10여명에 불과하던 관객이 최근 50명선으로 늘었다. 이곳 역시 관객의 70%이상이 주부층이며, 주말에는 가족동반이 많다. 27일부터 주부를 상대로「어머니연극교실」을 연다.
구룡·보림소극장의 주부관객개발도 간과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변화. 물론 극장측의 노력도 상당했지만 일단 주부층이 고정 관객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중산층 주부들의 문화의식 변화를 반증한다. 지금까지의 먹고 마시던 소비문화가 최근 한차원 높은 문화향수 욕구로 변해가고 있는 것. 주부들은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대학로대신 집 부근 가까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부수적으로 여유 있는 주부 오너드라이버에겐 복잡한 도심을 지나지 않고 안전한 주차공간이 확보된다는 것도 적잖은 유인일 것이다. 강남연극의 트로이카인 예술극장과 극단 신시·전망 등이 비교적 질 떨어지지 않는 작품을 장기 공연함으로써 관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역량 있는 단체인 점도 강남연극의 미래를 밝게 하는 중요한 동력임에 틀림없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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