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로 망가진 몸 산행으로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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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건강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인사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비결'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지요."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송재호(47)원장은 대뜸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사연이 궁금했다. 대학시절 그는 술이라면 두주불사였다. 마셨다 하면 폭음으로 이어지기 일쑤. '시절이 하수상해' 한탄과 울분으로 밤을 밝힐 때 술은 유일한 위안이었던 셈. 담배 역시 하루에 2갑까지 피워대는 끽연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기자로 활동했던 그에게 술과 담배는 영원한 삶의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음주·끽연과 비례해 몸은 점차 망가져 갔다. 체중이 93㎏에 혈압은 110~170mmHg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아니나 다를까? 서른도 채 안된 20년 전 병원으로 옮겨졌다. 돌연 쓰러져 한달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그에게 담당의사는 최후통첩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살고 싶다면 끊어라"는 것이었다. 간이 술로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선친과 가족들은 고혈압·뇌졸중·당뇨 병력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32살 즈음 술과의 인연을 딱 끊었다. 의사의 최후통첩 후 금주에 도전했다 실패를 거듭하는 2년여의 세월을 허송한 뒤였다.

"아마 애주가라면 알거예요.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기분이랄까.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담배마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6년여 전 마라톤을 시작한 그는 담배탓에 매번 20㎞ 완주에 만족해야 했다. 숨이 너무 가빴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한의사를 찾아갔다. 답은 간단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라도 되지만 담배는 백해무익 자체입니다." 다시 마음을 독하게 다잡았다. 담배와의 이별엔 1년여 연습기간이 필요했다. 5년 전 마침내 담배도 그의 손을 떠났다.

술.담배를 보내고 그는 새로운 동반자를 찾았다. 제주대 교수시절 한라산행의 경험을 곱씹으며 산을 오르는 즐거움에 푹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그는 매일 오전 6시 잠에서 깨어나 동네 야트막한 뒷산인 정발산을 오른다. 1시간여의 아침산행은 빠짐없는 일과가 됐다.

"산을 오르십시오. 산은 건강을 찾아주고 삶에 대한 희망을 말해줍니다."

지금 그의 체중은 75㎏. 혈압을 비롯해 모든 신체지수는 정상을 가리키고 있다. 산행 외에도 그는 곁눈질로 배운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업무 짬짬이 몸을 푼다. 그는 또 10분의 낮잠은 필수 건강요법이라고 주장한다."낮잠 10분이면 몸이 개운하죠. 정말 잠이 보약이에요."

그런 그가 던지는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사실 지금도 술.담배 욕구가 없는게 아닙니다. 고려청자 다루듯 진작 몸을 소중히 다뤘다면 가능했겠죠. 젊어서 몸을 혹사시켰으니 이젠 복구에 전념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평생을 즐기는 절주(節酒)의 행복을 실천하고 싶어요."

그는 "아픔보다 건강을 선택하는 것이 어차피 본능이고, 건강하게 세상의 행복을 누리는게 낫다"며 "운동과 생활로 몸을 관리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하루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미엄 이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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