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비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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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뮤지컬가수 이경애씨와 현 신민당 총재 보좌역인 배기선씨의 순애를 그린 영화『서울에비타』가 완성돼 오는25일 개봉에 앞서 몇차례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를 본 평자들은「세련되게 뽑힌 멜러물」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시사회장에는 실제 주인공의 한사람인 배씨도 나와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이씨와 배씨는 70년대말 운명적으로 만나 대단히 고달프나 매우 빛나는 사랑을 했었다.
당시 이씨는 유럽으로 성악유학 준비중이었고 배씨는 시국수배자였다. 우연히 배씨를 자신의 집에 숨겨준 것이 계기가 돼 두 사람은 곧 깊은 관계에 빠졌고, 전격적으로 결혼을 강행했다.
그후 배씨는 검거돼 구속되고 유학을 포기한 이경애씨는 생계를 위해 뮤지컬가수로 나섰다가 마침내는 밤무대에까지 서야했다.
영화는 이러한 이씨의 헌신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춰 멜러드라마의 정석을 밟고 있다.
시사회장에서 배씨는 이점 때문에 약간의 불만을 나타냈다. 배씨는 당시 시국의 암울상이 곳곳에 나타나고는 있지만 좀더 극명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고, 특히 자신의 법정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나약하게 그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출자인 박철수 감독은 영화의 주제와 형식이『지순한 사랑에 포인트를 둔 멜러물』이라 영화가 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웃어넘겼다.
제명으로 쓰인『서울에비타』의 에비타는 81년12월 극단 현대극장이 초연한 뮤지컬『에비타』에 이경애씨가 주역 공모에 응시, 출연한데서 따온 것.
이 공연은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를 비판하는 내용 때문에 당국에 의해 강제 중지됐고, 88년 재연됐었다.
영화『서울에비타』는 당시의 공연 모습을 연습 장면을 포함, 15분간 재연하고 있다.
특히 당시 체 게바라역을 맡았던 가수 조영남씨가 같은 역으로 출연하는 한편 영화음악까지 맡아 간결한 기타연주와 가곡『목련화』를 적절하게 삽입, 분위기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서울에비타』에 대해 평자들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대번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과 이씨가 친정으로부터 배척당하는 장면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실화가 주는 힘에 의해 슬프고도 아름답다고 평했다. 황신혜의 거듭난듯한 연기력이 놀랍다.<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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