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우호 가교 역할 30년 … 한국전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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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친구들 덕분에 의미있는 훈장을 받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나의 승리는 한인 친구들의 승리입니다"

13일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은 찰스 랭글(77.사진) 미국 하원 세출위원장(민주.뉴욕)은 자신과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을 강조했다.

이날 랭글 위원장은 뉴욕 퀸스컬리지 콜든 센터에서 열린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 문봉주 뉴욕총영사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광화장은 한국과 외국 간 우호 증진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이다.

그는 "오늘은 한인들이 자신의 문화와 배경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하고 좋은 날"이라며 "이제 미국은 어느 때보다 한국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 내 대표적 친한파 의원인 그는 한국전 참전 용사로서 지난 30년간 한.미 우호 증진 및 미국 내 한인들의 권익신장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랭글 위원장은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해 압록강.평양 북부 등지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부상, 미국 정부로부터 퍼플하트 (명예전상장)와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다.

19선의 흑인 정치인인 그는 하원 친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언 코커스'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순탄치 않은 젊은 시절을 거쳐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16세 때 고교를 중퇴했던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결국 그는 한국전에 참전한 뒤 전역, 다시 학교로 복학한다. 이를 악물고 공부해 1년 만에 고교 2년 과정을 마친 뒤 뉴욕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그 후엔 전액 장학금을 받고 세인트존대 법대에 진학, 변호사가 됐다. 그는 이후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암살됐던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에 의해 뉴욕시 검사로 발탁됐고 이후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지역구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온 그는 올 초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세출위원장이란 핵심 직책을 맡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는 FTA의 쟁점에 대해 "자동차 분야가 가장 문제"라며 "미국인들이 한국차를 구입하 듯,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한국인들도 미국차를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보호주의 색채가 강해지는 것 아니냐 우려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무역을 중시하기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다만 "민주당의 안에는 상대국 노동자 보호라는 공화당에게는 없는 요소가 포함돼 있다"며 "FTA를 통해 한국과 미국 모두에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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