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라지 샤르마의 설치작 '천장요새'. 가로 2m 길이의 녹슨 비행기 여덟대를 매달았다. 곡예비행의 아름다움과 공습의 공포를 함께 느끼게 한다.
국내에도 인도 현대 미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선두주자는 미술계의 큰 손인 아라리오 갤러리. 2005년에 이미 인도 작가 탈루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9월에는 아라리오 베이징에서 인도 현대미술작가 12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인도 현대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12명을 엄선해 베이징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갤러리측은 자부하고 있다.
수보드 굽타의 '탐욕의 신에게 바치는 5제물'. 인도의 가정에서 쓰이는 양은 그릇 수천개를 4.5m높이로 쌓아올렸다.
이는 인도미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전시는 아니다. 처음은 지난해 11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혼성풍'전이었다. 하지만 한국작가들과 공동전시인데다 아기자기한 작품 위주여서 에피타이저만 맛본 듯 여운을 남겼다.
반면 이번 부산 전시는 유화.조각.설치.비디오 등 50여 점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면서 장르나 규모 면에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나타라지 샤르마의 설치작 '천정요새'. 가로 길이만 2m에 이르는 군용기 8대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하늘에서 덮치는 전쟁이나 죽음의 그림자같은 분위기다. 작가는 어릴 적 에어쇼에서 보았던 곡예비행의 아름다움과 머리 위를 지나갈 때 스친 공포라는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담았다고 말한다. 작은 목각 비행기를 방에 걸어두는 것으로 만족했던 샤르마는 아라리오의 제안으로 이 '부담스러운 크기의'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지티쉬 칼라트의 '다년생 식물'. 아크릴과 유화를 함께 쓰면서 조각 (아래의 닭발)도 집어넣은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아크릴과 유화를 결합한 그림에 닭발 조각을 넣어 평면회화에 반기를 드는 '다년생 풀'은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길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배고픈 어린이(조각), 경찰의 단속을 대비해 몇초만에 소파로 변신하는 가판대(설치), 하얀 새에 화려한 물감을 칠해 속여파는 노점상인(비디오) 등에서 현대 인도작가들의 다양한 상상력을 살펴볼 수 있다.
곽준영 큐레이터는 "인도미술은 인도의 오랜 전통과 현실의 문제점을 녹이면서도 장르간의 결합, 기발한 아이디어로 국제적인 감각을 함께 갖추고 있다. 해외 미술시장이 매력을 느낄만한 이유"라고 말했다. 2월 19일까지. 051-744-2602.
부산=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