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력이 대중가요 억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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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음악을 만들어낼 때 사전심의가 가하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진정한 창작의 자유를 뿌리부터 억압하고 있어요.』
최근 공륜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노래9곡을 포함한 카셋테이프『아 ! 대한민국』을 제작·발매한 가수·작곡가 정태춘씨(38)는『악법에 반대하기 위해 또 사전심의의 부당함을 드러내기 위해』심의에서 거부당한 노래들을 테이프로 내놓고 공식발표회를 가졌다.
『시인의 마을』『촛불』『떠나가는 배』『북한강에서』등 서정성 짙은 노래들을 만들어 노래 실력과 감각이 뛰어난 가수로 평가받았던 정씨의 이번 새 노래들은 자극적인 언어의 사회 풍자, 번민과 노동자의 저항 등으로 특징 지워진다.
『대중가요는 우리 정서에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요. 그만큼 사회의식을 가진 대중가요는 그 노래가 갖는 힘을 두려워하는 보수세력의 억압을 많이 받고있습니다. 그 결과 극도의 상업주의에만 매몰당해 온 것아 바로 오늘의 대중가요죠.』
정씨는 79년『촛불』로 MBC신인가수상과 TBC가요대상(작사상)을 받았던 통기타 가수 때완 전연 딴판의 노래운동가로 변해있다.
『아!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전후 정수라가 불러 국민건전가요로까지 취급되던 극과 같은 제목으로 사회모순과 기득권의 비리, 현 정부의 폭력성를 꼬집는 내용을 타이틀곡으로 하고있다.
또 87년 조선대생 이철규군 사망사건을 내용으로 한『일어나라 열사여!』는 최근 잇따른 분신사건·추모제 때마다 주제곡으로 취급되고 있다.
한편 기성제도권 문학의 허위의식과 비열한 사치성을 꼬집은『인사동』과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지하 전셋방에서 화재로 질식사한 두 어린이의 죽음을 감정이입으로 묘사한『우리들의 죽음』등도 포함하고 있다.
기성가수로 활동하다 운동권의 노래들로 충격적인 변신을 한 정씨는 우리 대중음악이 상업가요·언더그라운드·운동가요로 찢겨져 있는 가운데 그 접합 점에서 끊임없는 고뇌와 성찰을 하게 한다. 정씨는 가요창작자들의 모임인「하모니회」, 재야예술운동단체인「민예총」,음악운동단체의 연합인 민족음악협의회 등과 관계하면서『노래다운 노래로 우리사회의 모순에 도전하고 공동체적 삶을 담아낼 목적가요를 실천』하고자 한다.
데뷔히트작인『시인의 마을』에서도『고독의 친구·방황의 친구』라는 표현을『자연의 친구·생명의 친구』로 개작해야만 했던 정씨. 그는 사법적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저항의 노랫말과 향토색 짙은 음색으로 인간과 창작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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