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맛보는 인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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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

클라우스 E 뮐러 지음

조경수 옮김, 안티쿠스

210쪽, 1만2000원

대부분의 현대인에겐 '옛날 가정식 요리'가 가장 입에 맞다. 어머니가 해준 음식에 대한 향수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를 두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민족학 교수인 지은이는 "미각은 가족이나 집단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라고 설파한다. 미각은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가 갖는 집단 이데올로기의 일부라는 말이다.

"당신이 무얼 먹는지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라는 19세기 초 프랑스 작가 사바랭의 말처럼 입맛은 곧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반영한다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우리는 '식탁 공동체'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한 민족이 즐기는 음식을 빗대 독일인을 양배추, 프랑스인을 개구리, 이탈리아인을 마카로니로 부르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음식을 인류학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올림포스의 신들은 꿀이 든 넥타르와 과일로 만든 암브로시아라는 신성한 음식을 거저 먹으며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일용할 양식을 구할 수 있는 처지다. 생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거저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음식은 언제나 인간 삶과 희망의 중심이었다. 성경에서 신이 유대인에게 약속한 땅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고대부터 문명인들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되게 하기 위해선 식탁에서 지나친 탐욕을 억제하고, 남과 음식을 나눠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식사를 했다. 터키 농부들은 "한 사람은 먹고 다른 사람은 쳐다보기만 해야 한다면 말세가 온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고대 게르만어에서 동무란 '같은 빵덩이를 나눠 먹은 자'란 뜻이다. 함께 먹고 마시는 것만큼 소속감과 연대감을 확인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적 음식이 늘어가고, 홀로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동체를 장려하는 식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새삼스럽게 먹는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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