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농촌 중학생 750명 '특별한 방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시설 좋은 데서 대학 교수님들한테 수업을 들으니 실력이 쑥쑥 느는 것 같아요."

심태용(15)군은 강원도 폐광지역 가운데 가장 낙후된 마을로 꼽히는 태백시 철암동에 산다. 철암중학교 3학년인 심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혼자 공부한다. 놀 곳도 마땅치 않아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방학이라고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 심군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특별하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내용을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10일 태백.정선.영월.평창.횡성.홍천군 등 폐광 및 농촌지역 중학생 750명을 초청, '강원-연세 방과 후 교육'을 시작했다. 대부분 대학 캠퍼스에 처음 와본 학생들은 27일까지 3주 동안 기숙사에서 지내며 공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원어민 영어, 실험을 통해 배우는 과학, 수학논리, 토론과 논술, 역사 등을 배운다. 수영.탁구.골프.댄스스포츠 등 체육과 파워포인트.엑셀 등 컴퓨터 과정도 실습 위주로 공부한다. 교수와 전문가가 진행하는 수업은 정규 교과 과정과 달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능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이를 위해 별도의 맞춤형 교재도 만들었다.

교내 수업뿐 아니라 영화 감상, 프로농구 관람, 별자리 관찰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 계룡 자연사박물관, 한국표준연구소, 한국화학연구원, 광주 나눔의 집, 천안 독립기념관 등 현장 체험학습도 다닌다.

연세대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오다 우수한 학교 시설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농촌지역 중학생을 위한 방과 후 교육을 기획했다.

학교 측은 앞으로도 교육인적자원부, 강원도교육청, 태백시 등의 재정지원을 받아 방학 때마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권명중 기획처장은 "이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면 도시와 농촌 간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성의 경동대는 연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15일부터 3주간 고성.양양.인제 지역 중학생 70여 명을 초청해 영어.중국어 등을 가르칠 계획이다.

원주=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