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노조, 왜 파업 강행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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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차 노조가 상당수 노조원과 울산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결의한 것은 다음 달 치를 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노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개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나는 현 집행부가 지난해 말 터진 노조 창립기념일 선물 구입 비리로 간부 이모씨가 구속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 퇴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위원장을 포함한 새 집행부를 뽑아야 한다.

또 하나는 현대차 노조가 주도할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다. 금속노조는 어차피 현대차 노조가 주력 부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다음달 중순께 2개의 선거를 동시에 치를 계획이었다.

노조 관계자들은 간부의 납품 비리로 도덕적 상처를 입어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는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가 성과금 문제가 불거지자 금속노조로 자리를 옮기기 위한 호기로 삼고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사태를 강경 투쟁으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 위원장으로선 파업이란 수단을 무기로 최대한 지도력을 유지해 선거 때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성과에 상관없이 받아오던 성과금을 받아내라"는 노조원의 불만을 등에 업고 잔업.특근 거부에다 울산공장 시무식 폭력, 본관 로비 철야 농성, 본관 앞 텐트 농성, 상경 투쟁, 항의 집회 등으로 회사를 압박해 왔다.

선거철을 맞아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 내 다른 경쟁 파벌들에서도 "현 집행부가 주도하는 파업은 싫지만 어용으로 몰릴까봐 파업 자체를 거부할 엄두를 못 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미지급 성과금 50%를 받아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노조 집행부와 노조 내 파벌들이 무리하게 파업 투쟁으로 연결시켜 각자의 입지 강화를 노리는 정치적 계산에서 초래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성과금 문제는 고소나 민사소송 등 권리구제 절차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집단행동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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