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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 운반차량 화염병 맞아 전소/5·18 11돌 서울과 광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시민·학생 즉석토론중 이견 “고성”/운구주변 사복수사관 학생에 들통 “곤욕”/부산 신혼부부 망월동 참배해 눈길
○…경찰은 오전부터 이대입구앞 8차선 도로에 4∼5중의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뒤 바리케이드 사이를 쇠줄로 묶는가 하면 그 뒤에는 쓰레기 운반차량의 쓰레기 적재함 5∼6개를 동원,탱크도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도로를 완전차단.
그러나 시위대는 최루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밧줄을 동원,바리케이드를 끌어내고 오후 4시쯤에는 쓰레기적재함 1개를 밀어내는등 양측의 공방은 거의 특공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
한편 오후 4시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넘어 아현동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은 다탄두차·사복체포조를 앞세워 최루탄이 운구주변까지 날아들 정도로 무차별 발사하며 강경대응.
○자술서 쓰고 풀려나
○…이날 운구행렬 주변에서는 시위동향을 살피던 경찰관 3명과 검찰수사관 3명 등 모두 6명이 학생들에 붙잡혀 연세대 총학생회실등에 감금돼 조사를 받고 풀려나는등 수난을 겪었다.
운구행렬이 저지되면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던 오후 3시30분쯤에는 이화여대앞 골목길에서 사복차림의 치안본부 정보3과 소속 이복진경장(57)이,한시간쯤 뒤에는 신촌로터리 부근에서 서울시경 소속 사복경관 2명이 각각 학생들에 붙잡혀 학교로 끌려가 자술서를 쓴 뒤 저녁늦게 차례로 풀려났다.
또 행렬이 노제를 위해 공덕동쪽으로 향하던 오후 5시30분쯤 대흥동쪽 도로변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서울지검 서부지청 수사관 이태형씨(37)등 3명이 체포(?)돼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삿대질까지 오고가
○…이날 도심시위가 격렬했던 을지로 입구∼3가간 도로에는 곳곳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모여 즉석토론회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학생들의 『정권퇴진』주장에 일부 시민들은 『물가·주택정책 실패책임을 져야 한다』고 동조하고 나서는 반면,다른 시민들은 『사회의 어두운 면만 보는 학생들이 이미 물건너간 마르크시즘·주체사상에 아직도 빠져 있다』고 반박해 편이 갈라진 시민들간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장면도 연출.
한편 이날 을지로3가 S종합흑판상회 셔터에 사노맹 명의의 반정부 포스터를 붙이던 한 학생에게 시민들이 달려가 『보리고개도 모르는 사람들이 뭘 안다고 이러느냐』고 멱살을 잡자 다른 시민들이 달려가 이를 제지,학생을 풀어주는등 곳곳에서 시각을 달리하는 시민들끼리 충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명동쪽선 평화시위
○…오후 3시부터 시위가 시작된 신세계백화점앞에는 퇴계로쪽에서 3천여명,남대문쪽에서 2천여명의 시위대가 신세계쪽으로 몰려들면서 경찰과 대치,최루탄과 화염병 등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오후 5시쯤에는 최루탄 운반차량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전소,이 일대가 온통 시커먼 연기에 휩싸이기도.
5시20분쯤 경찰이 밀려 후퇴하자 시위대는 신세계앞을 거의 점거.
한편 1천여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한 명동쪽에서는 돌·화염병을 던지지 않고 구호만을 외치며 비교적 평화롭게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이날 도심 시위장소에는 근로자풍의 청년 4명이 1.5t짜리 트럭을 타고 다니며 화물칸에 장치한 확성기로 『노정권 퇴진』『민주정부 수립』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부추기는 모습.
이들은 경찰과 마주치면 푸른색 덮개로 확성기를 가려 화물차를 위장하며 시위장소를 누벼 시위대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노해씨 글 나붙어
○…이날 연세대 학생회관앞 도로바닥에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사노맹 중앙위원 박노해씨의 글이 붙여져 눈길.
「사노맹 중앙위원 박노해의 옥중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전지 백지 4장에 쓰여진 글에서 박씨는 『노정권은 강군살인·수서비리·페놀오염 등으로 지금까지 민중을 착취해 왔다』며 『이제는 모든 노동자가 총궐기해 이같은 탄압을 극복,노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족·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
「박노해씨 석방대책위원회」명의의 이글은 『그동안 박씨가 가족들과 면회를 할때 주고받은 대화를 근거로 작성됐다』고 부연.
○약대연합 응급치료
○…이날 이대앞 시위현장에는 서울지역 약대연합소속 학생 20여명이 응급약·붕대 등을 들고나와 최루탄에 눈물을 흘리는 시위대를 치료하기도.
학생들은 2명씩 조를 짜 시위대속에 섞여 있다 경찰이 쏜 최루탄 냄새를 맡고 눈물을 흘리는 시위대의 눈을 씻어주거나 미리 붕대를 나눠줘 눈을 감싸도록 권유.
○…강군의 대형영정을 싣고 운구행렬의 선두에 선 1t 트럭은 서울역근처 B이삿짐센터가 강군의 죽음을 애도,자원봉사한 차량.
이 이삿짐센터 주인 박모씨(52)는 『강군의 시신에 경찰의 저지를 받아 노제를 치르지 못하고 연세대로 되돌아갔음을 알고 너무 가슴이 아파 16일 연세대 총학생회에 전화를 걸어 자원봉사의사를 밝혔다』며 『오늘만은 아무탈없이 강군시신이 안장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인분석 도표 대자보
▷광주◁
○…망월동 묘역입구앞 2㎞ 지점에서부터는 5·18희생자를 기리는 플래카드 1백여개로 홍수를 이뤘는데 「영령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등 추모애도형에서부터 「5월정신 계승하여 민중권력 쟁취하자」는 등의 투쟁선동형에 이르기까지 다양.
또 5·18당시 희생자의 지역·직업·일시·연령·사인별 분포를 도포로 그려놓은 대자보가 나붙어 눈길.
그 옆에는 「말로 들어보는 광주항쟁」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5·18당시 최규하 대통령·계엄사령부·미 국방성 대변인 등의 발표문이 나열돼 11년전인 5·18 광주항쟁에 대한 정부와 미국측 시각을 상세히 전달.
○…망월동 묘역을 찾는 참배객들 가운데는 신혼부부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12일 부산에서 결혼식을 가진 뒤 신혼여행코스의 하나로 이곳을 잡았다는 이정영(30·노동) 이숙이씨(31) 부부는 『참된 삶을 살고자 했던 광주영령들로부터 정신적 자극을 받기 위해 들렀다』며 숙연한 표정.
○…광주시내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5·18을 포함,16∼20일 사이에 중간고사를 치르면서도 학교별로 5·18행사를 갖고 학생대표들이 5·18묘역을 참배.
대동고에서는 재학생들이 정문앞에 세워져 있는 「전영진군 추모비」에 분향,참배한 뒤 교내방송을 통해 5·18기념식을 가졌으며 전남고는 1천5백여명의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추모행사를 가졌다.
또 사레지오고에서는 신부의 집전아래 추모미사를 가졌고 송원고,전대사대부고,광주일고,광덕고 등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학교별 추모행사를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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