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타랄왕자 마약상용… 왕가에 먹칠(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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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집트 망명중 사치와 애정행각… 경찰에 체포/“나라복구 급한데 향락이라니…” 국민들 분노
쿠웨이트 알 사바 왕가의 왕자 1명이 최근 이집트에서 마약소지혐의로 체포됨에 따라 국내외에서 왕가의 입장이 난처한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마약소지혐의로 체포된 왕자는 쿠웨이트 최고권력자 자비르 알 사바국왕의 조카 타랄 앗 사바
타랄왕자는 자비르 국왕의 조카로 30개란 사실외엔 다른 신상이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가 관직에는 적을 두지않은채 국내외를 전전하며 사치·향락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집트 경찰당국은 지난달 중순 타랄왕자가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위장수사를 벌여 그를 체포했다.
체포할 당시 카이로 경찰은 마약밀매인으로 위장해 카이로 시내에 있는 타랄의 아파트로 잠입했다.
이집트 경찰은 타랄의 방안에서 헤로인 1㎏정도를 압수했다.
타랄은 시리아로부터 헤로인을 입수해 매일 30g씩 사용해 왔으나 혼자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 상습밀매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타랄은 또 마약소지외에 살인미수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카이로 시내 매리어트호텔에서 이집트의 인기여가수 아마드 아다위야가 침대위에 누운채 혼수상태로 발견되었다.
경찰당국은 타랄이 아다위야와 애정행각을 벌여왔으나 관계악화로 헤로인을 다량 복용시켜 살인을 꾀하려 했을 혐의가 농후하다고 밝혔다.
이집트에는 최근 헤로인·코카인·LSD 등 마약거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범죄도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이집트 정부는 2년전부터 마약범죄에 대해 법정최고형으로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관계법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타랄은 중형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타랄이 사바일족의 물을 흐려 놓은 유일한 「미꾸라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걸프전으로 도탄에 빠져있던 국민들과는 달리 망명중에도 사치스런 생활을 영위해온 알 사바 왕족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타랄 사건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자비르 국왕은 당초 국가재건을 위해 민주화를 적극 수용키로 했으나 내각개편때 왕족을 주요 관직에 모두 앉히는 등 별다른 변화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 않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해방의 기쁨은 긴장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은 어려움없는 망명생활을 보낸 그룹과 이라크에 의한 박해와 약탈에 시달린 국민들간의 긴장』이라고 쿠웨이트의 현 상황을 지적했다.
쿠웨이트의 국민들은 국가재건을 위해 전력 질주해도 모자랄 판에 왕족들은 사치와 향락풍조를 벗어나지 못한다해 이번 사건을 보는 눈이 차갑기 그지없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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