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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굴욕 … 영국 칼링컵 준결 1차전 4부 리그 위컴과 무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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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간 뜀틀·공을 차내려던 첼시의 클로드 마켈렐레(上)가 고개를 숙인 위컴의 토미 무니 위로 날아올랐다. [위컴 EPA=연합뉴스]

돌풍이 태풍이 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 리그(리그 2) 팀인 위컴 원더러스는 11일(한국시간) 영국 위컴에서 벌어진 칼링컵(리그 컵대회, FA컵과 달리 아마추어 팀은 참가하지 않는다) 준결승 1차전에서 프리미어 리그(1부) 강호 첼시와 1-1로 비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첼시는 11일 현재 프리미어리그 2위고 위컴은 리그 2에서 6위다. 두 팀 사이에는 70개 팀이 자리하고 있다. 첼시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2억3500만 파운드(약 4273억원)인 반면 위컴 선수들은 다 합쳐 8만 파운드(약 1억4500만원)에 불과하다. 2937배 차이다.

이날도 첼시의 미하엘 발라크, 마이클 에시엔, 클로드 마켈렐레, 에슐리 콜 등 위컴 선수들이 TV로만 봤을 스타 플레이어들이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4강에 오르는 동안 프리미어 리그의 풀럼과 찰턴 애슬레틱을 연파하며 '간을 키워 온' 위컴 선수들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1만여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힘을 보탰다.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는커녕 초반부터 첼시 문전을 위협했다.

첼시는 전반 36분 살로몬 칼루의 롱 패스를 받아 수비수 웨인 브리지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위컴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후반 32분 저메인 이스터의 동점골이 터졌다. 이스터는 찰턴과의 8강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다. 위기를 느낀 첼시는 아껴뒀던 프랭크 램퍼드까지 투입해야 했다. 슈팅 수 8(첼시)-5(위컴)에 볼 점유율 54-46%. 두 팀 간 경기 결과로 보기에 믿기 힘든 성적표였다.

폴 램퍼드 위컴 감독은 경기 후 "축구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입증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주제 모리뉴 첼시 감독은 "결과에 만족한다. 홈 경기를 남겨 둬 우리가 유리하다"며 애써 위안을 삼았다.

준결승 2차전은 24일 첼시의 홈인 런던 스탬퍼드브리지에서 벌어진다. 승자는 다른 4강전인 아스널-토트넘 홋스퍼 승자와 우승을 다투게 된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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