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방해 경찰 내보낸 뒤 물고문 질식사 확증 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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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담당 검사였던 안상수(61.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부검장을 에워싼 경찰 간부 수십 명을 보는 순간 '진실을 밝히려면 법복을 벗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며 당시의 상황을 말했다. 당시 서울지검 형사2부 검사였던 그는 '운동권 학생이 대공분실에서 죽었으니 부검 지휘를 맡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경찰 보고서엔 박군이 '조사 중 갑자기 졸도,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다'고만 적혀 있었다. 부검을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았지만 경찰은 시신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걱정해 경찰병원으로 옮겨 놓곤 부검장소와 참관인을 입맛대로 정하려 했다. 지루한 입씨름 끝에 그날 오후 9시5분 한양대병원에서 부검에 들어갔다. 그는 부검장에 몰려온 경찰들에게 '외상이 별로 안 보이니 걱정하지 말고 나가라'고 설득했다. 경찰들은 반신반의하며 물러났고 그 덕에 의사들은 부검에 전념할 수 있었다. 1시간여 만에 내린 결론은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 안 검사는 즉석에서 의사들에게 조서와 서명을 받았다. 경찰 회유로 진술을 번복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안 의원은 3선 의원으로 현재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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