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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삼성 8000억 장학재단' 맡겼더니교육부 퇴직자 낙하산 장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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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사회에 환원한 기금 8000억원으로 조성된 '삼성 고른기회 장학재단'이 교육부 퇴직자들의 낙하산 인사 때문에 내부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인령(63.전 이화여대 총장) 이사장은 11일 기자 회견을 통해 "지난해 10월 취임해 보니 재단 사무국 직원 11명 중 9명이 교육부 명예퇴직자 등 교육부 직원 출신이었다"며 "재단이 이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삼성 이 회장의 재산 헌납 발표 이후 재단이 출범할 때까지 준비위원회 구성 등을 관리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부 퇴직자들이 대거 재단에 들어온 것이다.

◆재단 가니까 보상?=권영구 대전교육청 부교육감은 연봉 8000여만원을 받다가 지난해 9월 명예퇴직했다. 하지만 곧바로 연봉 9000여만원인 장학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김동완 교육부 장관 보좌관도 연봉을 더 받는 조건으로 교육부에 사표를 내고 자리를 옮겼다. 김 전 보좌관은 교육위 소속이었던 민주당 설훈 전 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교육부에 특채됐었다.

교육부는 직원들을 재단으로 보내면서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센티브란 안정된 공무원직을 버리고 재단에 들어왔으니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무원 재직 당시 연봉보다 10~20%씩을 올려주고 공무원 정년(60세)보다 긴 정년 61세를 보장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신 이사장은 "공무원이 사표를 내고 (재단 직원으로) 왔다고 인센티브를 준다는 건 재단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출신 5명은 이사회의 문제 제기로 근무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사표를 냈다.

하지만 교육부 출신 당사자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면 누가 공무원의 신분을 포기하고 재단 직원으로 오겠느냐"며 "우리는 평생학습국에서 지망자를 모집해 신청하고 왔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김정기 교육부 평생학습국장은 "교육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원 신청을 받았다"며 "안정된 자리를 포기하고 재단에 가려는 사람들이어서 인센티브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학사업이 본격화하면 실무 경험 있는 인원이 더 필요할 텐데 공무원 9명은 오히려 적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맡겨 놨더니…"= 신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장학 재단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자선을 베풀기 위해 만든 게 아니냐"며 "관리 운영비를 최소화하고 조직의 비대화를 막는 것이 당초의 취지에 맞게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과 이사회는 사표를 내지 않고 남은 전직 교육부 공무원 4명의 평균 연봉도 20%씩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이사회는 현재 138평 규모인 재단 사무실을 52평으로 줄이고 업무용 승용차도 없앨 계획이다.

신 이사장의 이 같은 예산 절감에 따라 해마다 수억원 이상의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추가로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본격 지원 사업=재단은 올해 사업예산 130억원 가운데 40억원가량을 3월부터 투입한다. 공부방.대안학교 등 소규모 배움터에 다니는 저소득층 자녀 지원사업과 소외계층 자녀 예체능 소질 개발 지원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 이사장은 "즉흥적.일회성.임기응변식 사업, 나눠주기식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단이 보유한 기금은 현금성 자산(3300억원)과 상장.비상장 주식(장부가 기준 3616억원) 등이다. 재단 측은 기금에서 나오는 과실금으로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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