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하반기부터 실시”/정영의 재무장관에 듣는다(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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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출·장기예금 금리부터 단계 추진/과열진정·개방추세 대처 위해 필요
『우리 은행도 이젠 온실속에서 안주하지 말고 거친 들판에 나가 비바람을 헤치고 나가야지요.』
금리자유화,여신관리제도 개편,금융 및 자본시장 개방 등 풀기 어려운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정영의 재무부장관은 경제주체들의 자율·책임·경쟁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국내경기를 『부분적인 호황국면으로서 금리자유화를 실시해도 괜찮다』고 진단했다. 금리정책으로 「과열로 진단된 경기를 진정시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리자유화는 도대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다는 것입니까.
『하반기부터 입니다. 우선 88년 12월 금리자유화 조치이후 제도상으로 자유화돼 있는 대출금리와 2년이상의 예금금리를 실질적으로 자유화하겠습니다.』
­모든 대출·예금금리를 한꺼번에 자유화하겠다는 계획입니까.
『일시에 할 수는 없으며 자금사정·기업의 적응도·조달비용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해야지요. 또 일정범위내의 수신금리는 당분간 규제해야 합니다. 현재도 제도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2년이내 수신금리의 규제범위를 1년 또는 1년6개월로 조정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만기가 비슷한데도 금리차이가 큰 유사상품의 금리차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중입니다.』
­완전한 금리자유화는 언제부터 시행됩니까.
『대출금리를 자유화 해놓은 상태에서 수신금리에 대한 규제범위를 점차 축소해 나가는게 선진국에서도 흔히 써온 금리자유화 과정입니다. 일본도 75년부터 금리자유화를 추진해 왔지만 수신금리의 완전 자유화는 93년까지로 잡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금난 때문에 아우성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자유화를 하면 88년보다 훨씬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자금사정이 어렵고 금리도 높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는 침체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과열된 건설경기와 소비추세,과도한 수입수요 등을 볼때 이를 다소 진정시키는 측면에서도 오히려 시기는 적절하다고 봅니다. 또 세계적인 개방추세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지요. 금융·자본시장개방에 대비한 선결요건입니다.』
­그렇다면 88년당시 금리자유화추진은 왜 3∼4개월도 못돼서 중단됐습니까.
『89년초부터 심각한 노사분규·수출부진·금융실명제 충격 등이 겹쳐 어쩔 수 없이 창구지도로 중단됐습니다. 그동안에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금리와 3년이상 회사채 발행금리의 실질적 자유화 등이 이뤄졌습니다.』
­금리자유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장치는 마련돼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우선 통화관리방식을 창구지도에서 벗어나 한국은행의 본원통화(한은의 화폐발행액과 은행 지급준비금의 합계)만을 관리하는 간접규제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수신안에서의 여신」 관행을 지키도록 하며 은행경영은 이제 은행의 자율과 책임아래 두겠습니다. 또 특별설비자금·중소기업구조조정자금과 같은 정책성자금에 대한 부담을 일반은행에 지우지 않겠습니다. 이같은 정책자금은 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으로 일원화하겠습니다.』
­6월부터 시행될 새 여신관리제도에 따라 계열그룹의 주력업체가 1차로 선정됐는데,탈락업체의 불만이 많습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사실 10대계열에 대출의 7할이 몰려 있으므로 11대계열이하는 주력업체로 선정여부가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은행자금만 갖고 기업하는 것은 아니지요. 기업체에서 역점을 두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신관리제도를 언제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입니까.
『기업이 민주화되고 은행이 자율화돼 대출심사기능이 국민경제운용방향과 조화를 이루게 되면 폐지돼야지요. 그 다음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차원에서 규제돼야지요.』
­제조업 위주로 주력업체를 정하다보니 건설·유통·무역업 등 관련그룹들의 간판기업들이 모두 탈락됐는데 이게 지나친 억지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석유화학업체가 많다지만 그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석유개발·정유·정밀화학·비료 등과 같이 각각 다릅니다. 건설·유통·무역업도 광범위하게는 제조업과 관련이 있지만 투자우선순위로 볼때 상대적으로 관련이 적어 제외된 것입니다』
­음식료·유통업 등도 주력업체선정에서 빼면 업종전문화도 그렇지만 시장개방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지 모릅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주력업체로 선정되지 않은 경우도 그동안의 성장여력으로 볼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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