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개헌 역풍에 맞서 여론몰이 나선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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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11일 기자회견을 관통한 주제어는 '개헌 역풍을 뚫어라'였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이후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개헌론에 숨은 정략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게 역풍의 정체다.여론도 그 편이다.개헌 자체는 좋지만 지지율 10%대의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추진하려는 건 뭔가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의심이다.

이 역풍에 맞서 노 대통령은 개헌 불씨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조건부 탈당과 임기 단축(하야) 부인이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인사들과 민주당 등은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보여 주려면 탈당과 같은 가시적 선언을 하라고 요구해왔다.이 요구에 노 대통령은 "개헌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온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응답했다.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조기 하야 가능성도 "개헌에 대통령 신임을 걸지 않겠다"고 부인했다.정략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소재를 일단 걷어내기 위해서다.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공세적 발언도 등장했다.개헌 제안을 "정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주 목표였다.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토론 자체를 막겠다는 건 비민주적 발상"이라며 "차기 후보 가지고 여론의 지지가 높으니까 몸조심하는 모양"이라고 했다.특히 "장차 이 나라의 5년 국정 운영을 맡겠다는 정치지도자들이 외면하는 건 모순"이라며 차기 대선 주자들의 책임론까지 거론했다.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차기 대선 주자들을 자극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차기 행보도 언급했다."국민들을 설득하기위한 여러 노력을 할 것"이라는 부분이다.청와대는 대통령의 신년 연설,기자 간담회,국민과의 대화 등 2월 하순까지 지속적인 여론화에 나선다는 시간표를 내부적으로 마련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까지 이어갈 생각이 분명하다고 한다.이날도 "설사 (개헌안이)부결된다고 대통령이 기죽을 필요는 없고"라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탈당과 같은 수속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크다.청와대측은 중립내각 구성,정치 불개입 선언 등 개헌과 맞바꿀 카드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관건은 여론의 향배다.청와대가 가장 신경쓰는 대목이다.개헌론이 탄혁을 받으려면 여론이라는 동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서두에 "개헌이 되도 제가 다시 출마할 수 없다","60년 가까운 헌정사에 우리는 9차례 헌법을 개정했는데 비슷한 기간에 독일은 51차례 했다"고 말한 것도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서다.정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위해 1990년 3당 합당에 따라가지 않은 일,부산에서 출마해 낙선한 일 등 과거 정치 역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앞으로 직접 대국민 홍보에 나설 빈도가 많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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