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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을] 작심에만 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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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2004년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직장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 곳 외엔 갈 곳이 없었으니까. 나는 주어진 일을 했고, 그렇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여야 할 때와 고개를 저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배워 나갔다. 가끔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이라는 울림이 꿈틀대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당장 내 책상에는 오늘 중으로 넘겨야 할 서류가 그득하고, 전화 벨은 끊이지 않고 울려 댔다.

그러면서도 기나긴 설과 추석, 여름 휴가, 그리고 업무가 조금 한가해진 작은 틈 사이로 여지없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이라는 문장이 세차게 떠올랐다. 그렇게 3년, 3년이 흘렀다.

2007년 1월 1일, 나는 또다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이라고 적어 넣는다. 작심삼일, 마음먹은 것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작심삼년, 마음먹는 데에만 삼년이 걸렸다. 물론 여전히 마음만 먹고 있는 중이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아직도 헤매는 나를 위로하고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것'이라는 글자 밑에 하고 싶었던 작은 일들을 적기 시작한다. 주중에 한번은 부모님과 저녁 식사, 친구 생일 잊지 않기, 유학간 선배에게 편지 보내기, 대학교 은사님 찾아뵙기…. 이런 일들을 하나하나 지켜 가면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게 뭔지 생각해 봐야지. 마음먹는 데에만 삼년이 걸리든, 아니면 그 이상이 걸리든 찾을 때까지 계속해야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현정(29.경기도 범계동.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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