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TV 앞으로 모시자" 드라마 띄우기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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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 한편은 방송사에 더없는 효자 노릇을 한다. 설사 다른 프로그램들이 죽을 쑤고 있다해도 전체 방송이 잘 나가는 듯한 착시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요즘 '대장금'이 40%가 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리자 MBC 관계자들이 "덕분에 다른 프로들은 마음 편하게 만들 수 있다"며 고마워하는 것도 그래서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방송사마다 자사 드라마를 띄우기 위한 홍보 경쟁이 뜨겁다. 새 드라마의 출연진이 연예정보 프로나 버라이어티쇼에 무더기 출연해 "저희 드라마 잘 봐주세요"라며 애교 떠는 풍경은 더 이상 얘깃거리도 못된다. 최근엔 삽입곡 음반(OST)이나 광고를 드라마 홍보에 활용하는가 하면 일반인의 출입이 엄금되는 촬영장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등 온갖 아이디어들이 동원되고 있다. 방송 3사의 불꽃 튀는 드라마 홍보 현장을 들여다 본다.


드라마 방연 전 OST 뮤직비디오를 출시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은 SBS 수목 미니시리즈 '때려'(사진왼쪽). 5일 열린 KBS '그녀는 짱'의 시청자 대상 시사회에서 출연자들이 팬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사진오른쪽).

◇시청자 시사회는 기본=지난 5일 KBS 라디오홀은 카메라폰과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든 10대.20대 관객 2백여명으로 꽉 채워졌다. 첫 방송(10일)을 목전에 둔 KBS 새 월화 미니시리즈 '그녀는 짱'의 시사회 자리였다.

지난달 방송사 홈페이지의 이벤트 코너를 통해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초대권을 따낸 이들은 강성연.류시원.안재모 등 주연 배우가 무대에 오르자 환호성을 지르며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일반적으로 새로 방송될 드라마의 면면을 소개하는 시사회는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연다. 하지만 지난 7월말 MBC '다모'가 시청자 5백여명을 초청해 대규모 시사회의 첫 테이프를 끊은데 이어 '그녀는 짱'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

◇촬영장 공개로 인기몰이=웬만큼 눈길 끌기에 성공한 드라마들도 촬영장 공개라는 고강도 카드로 인기몰이를 이어가려는 추세다. MBC 시청자센터는 '왕시청자 사은행사'에 참가한 시청자 1백7명을 뽑아 12일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대장금'오픈세트장에서 이병훈 PD 및 출연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주선했다. 방송사의 보기 드문 성의 표시에 이들 시청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막강한 드라마 소비군단인 주부층의 지지에 힘입어 주간 시청률 '톱 5'에 든 '완전한 사랑'도 홈페이지를 통해 '5행시 짓기' 이벤트에 참가한 시청자 일부에게 촬영장 견학의 기회를 제공한다.

◇OST로 분위기 조성=OST의 인기는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하므로 드라마가 어느 정도 뜬 뒤에 발매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SBS 수목 미니시리즈 '때려'의 경우 역발상을 도입했다. 드라마가 방송되기 한달 전부터 홈페이지 등에 타이틀곡 '알아요'의 뮤직비디오를 띄우는 '티저'(궁금증을 유발하는 광고기법) 전략을 쓴 뒤 첫 방송과 동시에 OST를 발매했다.

주연배우인 신민아.주진모의 극중 권투 장면과 탤런트 한혜진.이정찬이 립싱크로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젊은 층에 큰 호응을 얻으면서 '때려'의 OST는 한달새 5만 5천장이 팔려 현재 OST 부문 판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도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이같은 OST인기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광고와 손잡고 윈윈 마케팅=얼마전 종영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 '좋은 사람'은 국내 최초로 '타이 인(Tie-In) 광고'를 홍보에 활용한 드라마였다. '타이 인'이란 드라마 내용을 차용한 CF로 제품 광고와 드라마 홍보를 동시에 꾀하는 광고 전략. 드라마에 협찬사 제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보다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덜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좋은 사람'의 경우 조한선.신하균.한지민 등 드라마 주연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좋은 사람 촬영장면'이란 자막이 등장하는 현대카드 '미니M' 광고가 방송시간 앞뒤에 따라다녀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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