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동북아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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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가진 최첨단 전투기 F-22 랩터 12대와 장병 250여 명을 이달 중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일시 배치하기로 했다. 스텔스기인 F-117 전투기(일명 나이트 호크)를 대체할 F-22 랩터가 미국 밖으로 나가는 건 처음이다. 미 공군은 또 뉴멕시코주에 기지를 둔 제49 전투비행단 소속 F-117A 1개 비행편대와 300명의 장병을 8일 한국으로 보냈다. F-117 편대는 앞으로 4개월간 한국에서 전쟁억지력 강화 훈련 등을 할 계획이다. 뛰어난 폭격 기능을 갖춘 F-22와 F-117의 동아시아 지역 이동 배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폴 헤스터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지니아주 랭리 기지에 있는 F-22 전투기가 오키나와에 배치돼 주일 미군.일본 자위대와 함께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헤스터 사령관은 "오키나와의 F-22는 태평양의 미군이 비상상황에 직면할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 해병대 참모대학 교수는 "F-22가 오키나와에 가면 그곳에서 1000마일(약 1600㎞)밖에 떨어지지 않은 북한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라며 "F-22의 배치는 조종사들에게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미국의 전쟁 억지력을 인식시키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117기 비행편대가 한국에 배치되기는 2003년 이후 네 번째다. 이번엔 3월에 열리는 한.미 연합 전시증원연습(RSOI)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49 전투비행단의 톰 풀러 대변인은 "태평양에서의 전쟁 억지력 향상 훈련을 위해 F-117을 한국에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배치는 특별한 군사 위협 때문에 이뤄지는 게 아니며, 북한과도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F-22=2005년 12월에 미 본토에 처음으로 실전 배치됐다. F-15, F-16에 없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적 레이더에 노출되지 않고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이다. 일본과 호주가 구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격은 1억5000만 달러 전후.

◆F-117=1981년 실전 배치됐으며, 당시 빼어난 스텔스 기능 때문에 '꿈의 전투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91년 걸프전에서 맹활약했다. 당시 동원된 44대 중 단 한 대도 파손되지 않았다. 그러나 각국이 요격 기술을 향상함에 따라 조만간 퇴역할 예정이다. 가격은 4500만 달러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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