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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노래 두 버전 … '카르멘' 진수 보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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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비제의 오페라카르멘하면 플라멩코·아바네라·세기디야 등 스페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다채로운 춤이 생각난다. 집시 여인 카르멘은 춤과 노래로 뭇남성들을 유혹하다 결국 연인 돈호세의칼에 찔려 숨을 거둔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국립발레단(예술감독 박인자).국립합창단(예술감독 김명엽) 등 3개 국립예술단체가 새해를 맞아 합동 갈라 무대를 꾸민다. 19일 오후 7시30분, 20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스페셜 갈라'다. 국립극장 시절부터'한 지붕 세 가족'으로 지내온 이들은 재단법인으로 뿔뿔이 독립해 예술의전당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뒤에도 정겨운 이웃 사촌으로 남아 있다. 국립오페라단 공연 때 국립발레단이나 국립합창단이 객원으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3개 단체가 공동 기획으로 무대를 꾸민 것은 처음이다.

성악.관현악.발레.합창이 어우러진 이번 갈라 무대의 하이라이트는'카르멘'의 2색 버전.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출세작을 각각 오페라와 발레 버전으로 무대에 올린다. 1992년 마츠 예크의 안무로 스웨덴에서 초연된 발레는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 소개했다.

발제 버전의 음악은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75)이 비제의 음악을 기초로 현악 합주와 타악기로 편곡한 것. '카르멘' 말고도 비제의'아를의 여인'중 '파랑돌', '페르트의 귀여운 아가씨'에 나오는'집시의 춤'을 삽입했다. 셰드린의 음악은 67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단이 쿠바 출신의 알베르토 알롱소 안무로 초연한 다음에도 발렌틴 엘리자레프, 안토니 바세, 알폰소 카타, 미로슬라브 쿠라, 티나 라미레스 등 수많은 안무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초연 당시 볼쇼이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셰드린의 부인 마야 플리제츠카야가 카르멘 역을 맡았다.

사실 비제의'카르멘'을 맨 처음 발레로 만든 것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 앙드레 지라의 편곡으로 49년 파리 발레단이 초연했다. 당시 프티 자신이 돈 호세 역을 맡았다. '카르멘'은 비제의 오페라가 나오기 전부터 발레의 소재로 사랑을 받았다. 러시아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는 메리메의 소설이 출간된 이듬해인 1846년'카르멘과 투우사'라는 제목의 발레를 상연했다. 1971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아예 현대 작곡가 볼프강 포르트너의 음악으로'카르멘'을 상연했다. 비제 말고도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의 음악, 오리지널 플라멩코 음악 등을 곁들인 호스트 뮐러의 버전(88년 뉘른베르크)도 있다.

오페라.발레 버전으로 상연하는 '카르멘'에 앞서 1부에서는 독창.합창.발레.관현악이 어우러진 칼 오르프의'카르미나 부라나'를 무대에 올린다. 이밖에도 발레'스파르타쿠스'중 2인무, 베르디의'아이다'중'개선 행진곡' 등 다채로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김덕기(서울대 교수)씨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가 음악을 이끌어가며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주원.장운규, 국립오페라단의 상근 단원인 소프라노 오미선.김세아, 테너 류정필, 바리톤 오승용, 베이스 함석헌 등이 출연한다. 02-586-5282.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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